Coffee & I

기쁘고 열받고 슬프고 즐거운 나날들에게

by 알케미걸




C, 네가 처음 우리집에 발을 들여놓은 날, 알아봤다

내가 널 원하게 되리라는 걸.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얘가? 방에 들어가 있어!'

너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비밀스런 어른들의 세상...

신비에 가까운 '어른 되기'에 애가 탄 나는

주의가 산만한 큰딸이 걱정인 부모에게

'집중이 너~무 잘 된다'는 이유를 대고

널 탐닉할 수 있게 되었고

[베르사유의 장미] 속 명장면들은

순전히 네 덕분에

왜곡 훼손없이 선명히, 기억 속에 저장 보존돼있다.



coffee2.jpg 어른되기,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




C, 널 떠올리면 마냥 좋다고 생각하면 오해야,

화가 날 때도 있어.

무수한 사람들이 너 없이는 못 살아서

널 파는 장소가 주유소보다 많다지만

정작 널 키우고 보살핀 농부의 생활은

여유라든가 그윽함과는 거리가 먼 정도를 넘어

아예 상관이 없구나...

게다가! 너와 이니셜은 물론 딱한 상황까지 닮은

C 있잖아, 걔를 생각해도

인상 써지긴 마찬가지야.

걔도 너 못지않은 글로벌 인기를 누리지만

가꾸고 돌봐준 농가의 실상은

로맨스나 달콤함과는 역시! 상관이 없어서

한숨날 때가 정말 많아.



coffee1.jpg 힘내세요, 최대로 많이 마셔볼게요!




coffee6.jpg 얘들아, 공정무역 초콜릿도 열심히 사서 먹고 있단다!




C,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면

후회스런 기억도 있긴 하다.

두 번도 가지 않을 밀라노에서

덥고 건조하고 다리 아파서 난 짜증 때문에

신바람난 B가 같이 시켜 마시자는 에스프레소를

'No!' 야멸차게 거절했는데,

누가 알았겠니?

그게 그의 마지막 지구별 여행이 될줄...

아이처럼 작은 그의 관 앞에 아무리 진심으로 사과를 해도,

늦은 건 늦은 것일 뿐이더라고.



coffee4.jpg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C, 정말이지 돌이켜보면

너만 남았다... 진심이야.

술 한 방울 못 마셔서 입에 안 대지

금연에 대성공해서 담배도 굿바이~

노는 것도 싫증나서 은둔 체질로 바뀐데다

피로 때문에 운동이랑도 별로 안 친한 요즘,

너와 함께 여는 아침은

여전히 내 곁에 있고

너와 함께 보낸 시간은

변함없이 위로와 긍정과 설렘으로 가득하니,

정말이지

너만 남았다... 진심이야 C.



coffee3.JPG C & 알케미걸, 한결같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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