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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y 06. 2017

꽃나들이

아직도 동부의 한랭전선 아래 거하는 그대들을 위하여.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죄다 예쁜 것들 뿐이다. 꽃이며 나무며 크고 작은 동물들이며....

예쁜 것들이 도처에 가득해서라기 보다는, 나의 무의식은 생명이 만발한 상태에 있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지각하고 의식은 포착된 것들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편이 맞는 표현일 거다.

늙어간다는 말이다. 늙으면 꽃만 눈에 들어온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주차장 펜스에 덩굴로 피어 있던, 처음으로 대면한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한참이나 발길을 잡아 두었다.  


최근에 발견한 시내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동네의 종묘 가게이다.

그곳엘 다녀오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그 비워진 마음의 여운은 며칠간 지속된다.

스톤 하우스.. 오래된 자연석의 옅은 갈색톤을 가진 돌의 질감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돌집의 넓은 마당에는 키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수천 개의 가지 아래로 빛들이 산란되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를 불어온 바람이 간간이 머리칼을 흐트러 트린다.



마당에는 갖가지 화려하고 앙증맞은 꽃들이 가득하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해서 텍사스의 우리 집 앞마당에 심어 놓고 씨름하듯 키우는 수국, (식물계의 물먹는 하마이기 때문에 수시로 물을 주고 보살펴 줘야 해 텍사스에서는 힘든 꽃이다)이 갖가지 색으로 만개해 있다.




그린듯이 반듯한 종모양의 귀여운 캄파눌라가 투톤으로 가득하다. 조물주는 참으로 아기자기 배려도 깊으시고,

역시나 물먹는 하마인 이 예쁜 것들이 목마르지 않게 키워낸 정성스러운 손길도 존경받아 마땅할 터...



예쁜 꽃나무가 가득한 종묘가게의 마당 건너 저쪽 편에는 미니멀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벽에 붙은 담쟁이의 흔적이 자연스러운 벽면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는 건물의 외벽. 그 외벽을 따라 테라스 카페 느낌의 공간이 있다. 커피 마시고 간단한 점심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이 공간을 가꾸고 유지하기 위해 쏟은 그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눈에 보인다. 라테는 아주 넉넉하고 맛도 좋은데... 이곳에 앉아 제대로 뽑은 에스프레소로 만든 라테를 마시고 있노라니, 라테 아트 클래스에도 한번 등록을 해 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텍사스의 이번 봄은 길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고 또 고요하게 화려하다. 아직도 냉대 지방을 못 벗어나고 있는 먼 곳에 있는 친구들에게 사진으로나마 봄을 전하고 커피한잔 권하며, 서로의 마음에도 꽃봉오리로 맺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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