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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Oct 22. 2020

상현달은 차오르고 계절은 깊어가고

 비밀스럽게 지상을 내려다 보는 태양의 맨얼굴을 마주친 낮

             갈림길        루이스 글락


내 몸이여, 이제 우리 함께 여행할 날이 그리 많지 않기에
 나는 너를 향한 새로운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내 기억 속 젊은 날의 사랑처럼 미숙하고 서툴게.

그 목표에 있어서는 아주 자주 어리석었던,
 하지만 그 선택, 그 열렬함에 있어서는 결코

어리석지 않았던 사랑.
 미리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었지,

약속될 수 없는 너무 많은 것들을.

  내 영혼은 너무 두려웠고, 너무 거칠었다.
  그러니 내 몸이여, 그 잔인함을 용서해 달라.
  그 영혼을 대신해 내 손으로 너를 조심스레 어루만진다.

  너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만 마침내 표현이 실체를 갖게 되기를 열망하면서.

  내가 그리워하게 될 것은 이 세상이 아니다.
  나는 너를 그리워할 것이다.

류시화 옮김


시간의 실체를 증명하는 목성과 그의 위성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나란히 섰다가 흩어지기를 반복 중



일렬로 선 세턴 -쥬피터-달,

왼쪽의 화면 밖에선 화성이 붉은 눈을 빛내고, 세개의 행성과 달이 긴 포물선을 그리고 선 10월의 밤 하늘


전날 밤부터 두통과 눈의 통증에 시달렸던 것은 저 구름의 담요가 하늘을 빙하처럼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압이 낮아지고 대기중의 이온분포도도 달라진다는 이야기.

구름담요엔 구멍이 나있고 태양은 구멍 사이로  비밀스레 지상을 관찰하는듯


무심히 달이라고 착각한 태양의 맨얼굴은 돌아서서야 짐작이 갔다. 그것이 달이 아니었음을. 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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