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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Oct 29. 2020

또 다른 가을색

동네 강아지 럭키와 스카이가 있는 풍경

레드뮬리

이 녀석들이 경주의 왕릉이 있는 들판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몽환적인 풍경이었는데...

가을날 동네 산책길을 밝히는 붉은 융단처럼 펼쳐진 갈대가 반가웠던 오후.

늦은 점심을 혼자 먹다가 뜬금없이 이런 생각...

개괄적인 이해이긴 하지만 현대물리학 이론들이 설명하는 바를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불교 교리의 뜬구름같은 추상성을 서양의 물리학자들이 수학적으로 풀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화엄경과 금강경 좋아해서 학부때는 금강경 강해를 한 학기 수강하기도 했었다.  

이론물리학이라는 지적 상상력의 막다른 골목에서는 시간도 공간도 가루가 나지만, 양자의 가루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는 상상력이 수긍못할 것은 아닌 바....  세상이 정말로 가루나게 망가지고  있는 시절이라 이론들이 심적으론 달갑지 않긴 하지만...어쩔것인가.  그것이 과연 진리라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은 참인 명제가 아닌가 싶다.


형이상학적 철학에 가까운 불교의 교리와 사상이 이성계 쿠테다에 의해 심심산속으로  쫒겨들어가 단절되지 않고 좀 더 오래  한반도에 정신적 구심점을 역할을 해 주었더라면....유교의 계급 독재적 이데올로기가 500년씩나 승승장구하지 않고 한 300년 정도만, 다섯 세대  정도만 조선인들을 마취시켰더라도, 21세기 한반도가 사이비 교주와 이데올로기의 머미가 혼합된  혼종들이 판을치고 힘자랑하는 현실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밥을 먹다 이런 생각이 드니 밥맛이 없어졌다. 그래서 산책을 나섰다.


이 나라는 너무 넓어, 내 삶의 긴 시간이 길 위에서 낭비된다는 아쉬움을 안고 살아왔지만.... 그래도 길 위에서 정체하는 시간은 없으니 감사할 일. 그리고 세상이 가루나고  있는 시절에는  땅이 넓어서 좋은 점도 있는 것이다.  구름은 오늘도 경쾌하게 흘러가고 바람에 귀는 아리다.

모네 부인이 양산쓰고 걸어 나올것 같은 하늘빛과 바람.

모네의 그림은 소리와 바람의 감촉까지도 품고 있었다.


라임 라이트와 용도를 알 수 없는 붉은 열매

칸딘스키가 그리다 만 것같은 가을색.

두개의 푸른색 구슬이 박힌 순진무구한 얼굴. 오스트레일리안 세퍼드 스카이와 하얀 시츄 럭키. 럭키 스카이다. 8주된 스카이는 천방지축 강아지 다짜고짜로 내게 안겨왔다.

ㅈ오후의 puppy kinderga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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