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 건너 마제
호수에 드리운 산 그림자는 미묘한 음영과 색의 농담으로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봉우리와 능선임을 증명한다. 마치 캔버스에 흘러 내린 물감자국이 겹쳐진듯 아른하고 몽상적인 산 그림자. 물과 앙상블을 이룬 산의 자태라니.
미국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뉴욕주의 조지 호수를 사랑했다. 오늘 내가 만난 팔당호수에 비친 산그림자의 몽상적인 정경은 그녀가 그린 조지 호수의 정경을 꼭 닮았다. 조지아 오키프는 조지아 호수를 사랑했고 나는 팔당호수와 그 수면에 내려 앉은 산그림자를 사랑한다.
출간된 책은 전후 초토화된 국토를 다시 일군 대한민국 건설세대의 주역이신, 그러나 이제는 연로해지시는 아버님을 향한 감사와 헌사의 글이다. 마침내 출간된 책을 부모님께 전해드린 날, 팔당호에 어린 산그림자도 내게 가까이와 축하를 건넨다. 팔당호 건너 마제는 정약용의 생가가 보존된 곳. 어느덧 마음의 고향이 되어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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