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건축과 커피의 연결고리

타이베이 봉대가배(蜂大咖啡) - 85℃ 커피

by 베링




도시의 건축이 나를 걷게 해


대만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1층의 상점들이 안으로 쑥 들어가고, 도로변의 기둥이 건물을 지탱하여 천장이 있는 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안으로 쑥 들어간 상점의 천장을 지붕 삼아 쉽게 비나 자외선을 피할 수 있다. 이를 기루(騎樓) 양식이라고 칭한다. 보통 1층에 상점들이 있고, 2층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게 된다. 그래서 영어로는 Shophouse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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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가 안으로 들어가고, 가게와 도로변 기둥 사이의 길로 통행하는 구조


그래서 필연적으로, 뚜벅이다가 보면 거리의 상점들을 가까이 두게 된다. 도로변으로 내어 놓은 상점들의 야외 테이블을 지나면서 가게의 고유한 차림새나 로컬의 생활모습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를 피하기에도 부담없다. '오늘의 걸음 수'가 신나게 상승하면, 발바닥이 슬슬 욱신거리기 마련. 타이베이에서도 Coffee Break를 잃지 않았다.


타이베이의 건축이 나를 걷게 했고, 그 걸음이 커피점으로 가닿았달까.




Coffee Break #1

봉대가배(蜂大咖啡, FongDa Coffee)


심야가 다 된 시간, 3만 걸음으로 누적된 피로를 녹이러 직진하던 발걸음을 꺾었다.

이 시간에 접어들고 나니, 묘한 밤의 빛과 빼곡한 상점 간판들의 조화가 홍콩의 밤을 연상케했다.


봉대카배는 1956년부터 지금까지 50년이 넘게 이어오는 커피점이다. 커피 도매상이 운영하는 곳이며, 그래서인지 커피와 관련된 기구들도 빽빽하게 비치되어 있다. 노부부가 커피를 내리고, 어린 모습의 직원은 붐비는 가게 안을 쏘다닌다.


묘한 빛이 도는 타이베이의 밤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1956년생 커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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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공간이라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커피에 집중하기 좋은 곳



오래된 커피집에서 도대체 어떤 커피를 고를지 모르겠어서 (역시) "Taiwan Coffee"를 시켜버린다. 여행자들에게 "로컬"의 태그는 소중하다. 실체가 뭐든 간에 선택지에 힘을 부여한다.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얀 사기그릇에 까맣고 뜨거운 것이 담겨 나왔다. 어라, Taiwan Coffee에서 남달리 구수한 맛이 난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연거푸 커피 몇 모금으로 침묵을 지킬 무렵, 박수갈채와 소리통을 발사하던 바로 옆의 일행이 자리를 떴다. 커피콩이 바글거리는 소리, 뭔가 데워져서 철제가 움찔거리는 소리, 사기그릇이 팅팅 부대끼는 적당한 화이트 노이즈의 구성요소들이 이제야 비로소 느껴진다. 더불어,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4 성조의 언어까지 하모니를 이루니 급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기분 좋은 이질감이 든다.



여행자가 고를 커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다시 거리로 나갈 채비를 한다




Coffee Break #2

85℃


숙소 앞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를 보러 가는 아침, 16 공방의 편집샵들을 둘러본 늦은 밤, 85도씨 커피에 들른 것은 두 번 정도다. 밀크티가 주류를 이루는 마당이라고 해도 커피가 이렇게나 귀할일인지 싶고, 쉽게 가닿을 수 있을라 기대했던 대중적인 로컬 브랜드 커피는 사실상 85도씨가 유일했던 것. 그래서 눈에 띌 때에는 항상 한 잔의 유혹을 받기 일쑤였다.


느낌이 오는 바, 이 커피점의 이름은 85℃ 에서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하여 지어졌다. 걷다 보면 마주치는 가장 흔한 커피점이기도 하고, 크게 회자되는 메뉴는 소금 커피. 커피 위에 소금을 추가한 우유 크림을 얹은 2층 형태로 만들어진다. 기운이 소진될 무렵, 우두커니 들어가 서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소금 커피를 달라"라고 주문한다.



시먼딩의 85도씨 매장. 맛있는 커피의 온도로 나를 유혹한다.
굉장히 달다구리한 케이크와 쿠키류도 준비되어 있다.



첫 입을 들이키는 순간, 약 3초간 당황한다.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 다름 아닌 소금 맛에 잠이 달아나 버린다. 바닷물 맛이 훅 끼쳐왔던 것. 그러나 옆에 붙여준 스틱으로 골고루 저어주고 나니 그제서야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훌훌 섞이어, 소금 맛은 온데간데없이 희미해졌다. 대단한 존재감을 자랑하던 소금은 어느새 한 모금에 묻어나는 아스라한 감칠맛으로만 느껴졌다.


당이 떨어진 기분에 소금을 쳐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타이베이에서 한 번 쯤은 맛 볼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여정은 계속된다.



빨간 타일과 생각보다 촌스러운 컵홀더가 귀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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