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따지지도 말고 당연히 고기지. 고기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염소고기, 양고기, 토끼고기 등등 종류도 많지, 돼지고기 안에서도 항정살, 삼겹살, 오겹살, 곱창 등등 부위도 많지, 프라이팬에 구워 먹다가 불맛 내고 싶으면 숯불에도 구워 먹다가, 구워 먹는 게 지겨워지면 파송송 계란탁 김치찌개에다가 넣어 먹어도 되고, 물에 넣은 고기가 싫으면 밥이랑 깍두기랑 같이 슥슥 볶아서 차돌 볶음밥으로 먹어도 되고, 살찌는 게 두려우면 물에 삶아서 수육으로 먹거나 회쳐서 육회로 먹으면 되지. 그러다가 또 삼삼한 게 싫으면 다시 구워 먹기도 하고, 구워 먹기 싫으면 또 물에 넣어서 먹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싫증 나면 볶거나 튀기거나 삶거나 회쳐서 먹으면 되지. 한 달 내내 먹을 수 있다면 당연히 고기 아니야?
아 묻고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회지.회는 광어, 우럭, 연어 같은 상시 먹을 수 있는 회도 있을뿐더러, 봄철엔 참다랑어, 여름철엔 민어, 가을철엔 고등어, 전어, 겨울철엔 대방어 등등 철에 맞춰 새로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지. 그냥 회로 먹다가 지겨워지면 새콤달콤한 소스에 육수 부어서 물회로도 먹을 수 있고, 물회가 지겨워지면 밥에다가 초장 샥샥 비벼서 회덮밥으로도 먹을 수 있고, 그것도 지겨워지면 튀김옷 묻혀서 생선가스나 생선 튀김, 생선전으로 먹어도 되고, 그것도 지겨워지면 제철 나물 팍팍 넣어서 얼큰하게 찌개 끓이거나 라면에 넣어서 영양 보충하면 되지. 그러다가 또 순정이 그리워지면 다시 그냥 회로 먹다가, 또 지겨워지면 물회로, 회덮밥으로, 전으로 먹으면 되지. 한 달 내내 먹을 수 있다면 당연히 회 아니야?
무슨 소리! 회는 먹으면 배가 안 부르다고. 당연히 고기 아니야?
무슨 소리! 고기는 기름져서 살찐다고. 당연히 회 아니야?
인류가 아직까지 결론 내지 못 한 난제 중 하나. 회? 혹은 고기?
뜬금없이 사람들은 둘 중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지 궁금해져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1차는 고기 먹고 2차는 회지, 라는 평화주의자들의 답변을 제한하고, 기분에 따라 줏대 없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바꿔대는 기분파들의 답변을 제한하고자 한 달 내내 같은 것만 먹을 수 있는 상황으로 제한을 걸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