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제의예쁜 공포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브라제 입니다.
(내용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일부 각색을 하였습니다.)
때는 김 씨 일가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던 조선 말기, 철종이 왕이었을 무렵에 일어났던 일이다. (무소불위 : 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에도 없음.)
강원도 어느 산골에, 한 여자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항상 먹을 것이 변변치 못했고, 오래되어 헐어버린 옷도 새로 사지 못하고 계속 꿰어 입는 아주 가난한 생활을 하였다.
결국 여자는, 친정집에 신세를 지기 위해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 그동안 *삯바느질을 해서 모은 푼돈을 가지고 길을 나섰다. (삯바느질 : 삯을 받고 하여 주는 바느질.)
하지만 곧 *여비가 떨어졌고, 여자는 아이를 굶길 수 없어, 근처 주막에 가서 사정을 하였다. (여비 : 여행하는 데에 드는 비용.)
주모 : 사정은 딱한데... 우리도 하루 벌어먹고사는 사람들이라 돈을 빌려 줄 수가 없어. 그리고 갚는다고 계속 말하는데, 내가 자네를 어찌 믿고 빌려주겠어. 그렇게 말하고 도망간 연놈들이 한둘인지 알아? 그렇게 떼인 돈이 한두 푼이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다른 곳에 가서 부탁해 보게.
여자 : 제발 부탁드립니다... 조금이라도 괜찮으니 빌려주세요...
주모 : 아휴... 참 곤란하네...
그때, 뒤에서 남자들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 1 : 자네들 그거 아는가?
남자 2 : 무엇을 말인가?
남자 1 : 요 산을 넘으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야기 말일세!
남자 3 : 알다마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 중에 그 이야기를 모르는 이가 있겠는가? 산너머 사당에 귀신이 사는데 그 산을 넘은 이들 중 제대로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지?”
남자 2 : 제대로 돌아온 사람이 없어? 그렇다는 건 살아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말인가?
남자 1 : 그렇지, 죽어서 돌아오거나 아니면 미쳐서 돌아오거나! 살아 돌아온 사람 중에 제정신이었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네,
남자 2 : 에이~ 자네들 설마, 그런 유치한 이야기를 믿는 것은 아니겠지?
남자 3 : 자네는 외지인이라 잘 모르나 본데, 이 마을에서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야,
남자 2 : 무슨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쯧쯧,
남자 1 : 그렇게 혀를 찰 정도면 무섭지 않다는 건데... 그럼 자네, 우리랑 내기를 하겠는가?
남자 2 : 내기?
남자 1 : 그래, 산 너머 사당에 다녀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네. 무엇이든 말이야.
남자 3 : 그럼 난 10냥을 주겠네. 하지만 다녀왔다는 증거로 사당 안에 있는 촛대를 가져오게. 그렇지 않으면 소원이든 열 냥이든 아무것도 없을 줄 알게!”
남자 2 : 허허..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셨나 보지?
“ 제가 가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여자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남자들은 아기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남자 1 : 뭐를 말이요? 설마... 사당을 말하는 건...
여자 : 맞아요. 그 사당 제가 갈게요. 저와 내기합시다. 만약 제가 무사히 돌아오면 꼭 열 냥을 주십시오.
남자 2 : 이런 늦은 야밤에 말이오? 가녀린 여인이 혼자 가기엔 너무 위험하오.
주모 : 맞아. 너무 위험하네.
여자 : 혼자가 아니에요. 뒤에 제 아기도 있는걸요.
아이와 함께 있으면 전혀 무섭지 않아요.
남자 2 : 그 뜻이 아니지 않소. 못 들은 것으로 할 테니, 그만 돌아가시오.
여자 : 안돼요! 오늘 아이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저에겐 귀신보다 아이가 배를 곯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주모와 남자들이 아무리 말려도 여자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남자들 : 좋소. 내기를 합시다. 들은 대로 사당에 들어가 촛대를 가지고 나오면서 되오. 그럼 열 냥을 드리리다. 그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 무언가 들고 가면 좋으련만...
주모 : 그럼 안에 있는 낫이라도 줄까?
여자 : 네, 감사합니다.
여자는 그 길로 주막을 떠나 산을 넘기 시작했다.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열 냥 벌러 가자...”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다며 당당히 소리쳤지만, 산을 들어가면 갈수록 어둠이 짙어지고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자, 점점 공포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스락!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스락 소리였다. 여자는 무서움에 뒤에 업힌 아기를 힘을 주어 잡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사각... 사각.... 휘이잉.... 바스락...
산속이 너무 조용해서, 바람소리,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발소리 등이 너무 크게 들렸고, 그럴수록 여자는 이곳에는 나와 아기 둘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럴수록 마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바스락...
“아가... 야... 열..냥 벌...러 가자...”
사각... 사각...
“아가... 야... 열..냥 벌...러 가자...”
휘이잉...
“아가... 야... 열..냥 벌...러 가자...”
여자는 불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이 어둠이 마치 자신을 삼키는 것만 같았다. 그럴수록 아이를 꽉 붙잡고 빠르게 달렸다.
타타닥! 타닥! 타다닥!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니, 저만치에서 사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 : 아... 다행이다, 다 왔어. 이제 촛대만 가져오면 돼,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놀란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사당으로 뛰어들어갔다.
“허억... 헉... 허억...”
계속 뛰어 숨이 찼지만, 재빨리 촛대를 가지고 나와, 앞만 보고 그대로 달렸다.
여자 : 빨리 이곳을 나와야 돼, 빨리...!
그때,
“으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어서 고개를 돌아보니,
아주 가느다랗고 긴 검은손이 여자의 어깨에 올려져 있었다. 여자는 기겁을 하며, 들고 있던 낫을 휘둘러 쳐냈지만 아무리 쳐내도 가느다란 손은 여자의 어깨 위에 계속 올렸다.
저리 가...!
우리에게서 떨어져...!
꺼지란 말이야...!!!
여자는 힘껏 낫을 휘둘렀다. 그러니, 가느다란 손은 더 이상 어깨에 손을 올려놓지 않았고, 놀랐을 아이를 토닥이며 빠르게 산을 내려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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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막에서는 주모와 남자들이 안절부절못하며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1 : 어휴...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야...
주모 :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남자 3 : 예끼, 이 사람아, 말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게!
남자 2 : 자네들이 지금까지 멀쩡하게 돌아온 이가 아무도 없다 하지 않았나, 곧 날이 밝을 텐데, 아직도 못 돌아왔다는 건...
주모 : 어... 어! 저기 사람이 옵니다!
남자 1 : 어디? 여자야, 여자! 그 아기 엄마 같은데?
주모와 남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자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여자를 본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여자 : 왜 그리 놀라십니까, 여기 촛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어서 열 냥을 주시지요.
남자 : 저... 저기.. 뒤에....
여자 : 뒤예요? 뒤에 뭔가 있습니까?
주모 : 정말... 몰라 묻는 것이오...? 뒤... 뒤를 보게...!
“으아아아악!”
사실, 어깨에 올려진 것은 손이 아니라 나뭇가지였다. 하지만 여자는 산속의 짙은 어둠과 공포심으로 인해 가느다랗고 긴 손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 후, 여자는 충격으로 정신이 나가, 아이를 그대로 업고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이 말만을 계속 반복을 하면서...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
과연... 지금까지 사당에 들렀던 사람들은 귀신을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두려움에 환각을 본 것일까,
(이야기의 뒷 에피소드는 들려드리겠습니다.)
이야기의 제목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아가야, 열 냥 벌러 가자"입니다. (눈치채셨죠?) 그런데 알고 계셨던 이야기와 조금은 달라서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맞습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내용으로는 사당 밖으로 뛰어 내려가는 도중, 아기가 엄마의 머리를 잡았고, 엄마는 무서움에 아이를 업은 것을 잊어버리고 낫을 휘둘렀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다른 내용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위에 들려드렸던 나뭇가지를 스친 것을 누가 자신을 건드렸다고(잡았다고) 착각해 낫을 휘둘렀다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너무 유명한 이야기라 두 번째 이야기를 각색해서 올려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출처는 일본이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일본 작가 '코이즈미 야쿠모'가 집필한 "괴담집 골동" 책 안에 수록되어있는 '유령 폭포의 전설'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면서 일본에서는 아낙네들과 내기를 했던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사내들과 내기를 한 것으로 바뀌었고, 일본에서는 내기에서 성공하면 옷감을 받기로 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열 냥을 받기로 한 것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역시 괴담의 나라라고 불릴 만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