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문득 치앙마이에서 머문 순간이 너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일상 속에서 치앙마이를 추억하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치앙마이 농부악 공원에서 아침 요가를 해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던 치앙마이 요가 영상을 찾아 헤매다 한 채널에서 치앙마이 요가원에서 촬영한 에일린요가의 영상을 발견했다. 한 시간짜리요가 영상을 보며 몸을 이리저리 구겨가며 동작을따라 하다 보니 치앙마이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그것도 잠시였다.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숨이 거칠어지고이내 치앙마이의 동물 친구들처럼 벌러덩 드러누웠다. 초급자가 따라 하기엔 너무 난이도가 높았던 것이다. 채널을 둘러보니다행히 나 같은 왕초보도 따라 할 수 있는 기초 요가 영상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치앙마이 요가원에서 촬영한 25분짜리 영상을 틀어놓고 천천히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있는 이곳은우리 집 거실이 아니라,농부악 공원 잔디밭 위인 듯마음이 상쾌해진다.
책을 읽을 때 너무 적막한 것보다 백색소음이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주로 읽고 있는 책과 비슷한 분위기의 잔잔한 음악, 연주곡을 듣는 편인데, 글을 쓰는 것은 읽는 것 이상으로 순간적인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라 글을 쓸 때는 lofi만 듣는다. 치앙마이에 대한 글이라 이왕이면 치앙마이 분위기면 좋을 것 같아 찾다 보니 황금 같은 영상을 발견했다. lofi답게 단순한 구성의 저음질 음악이 흘러나오고, 영상에서는 노마드 코더가 치앙마이 카페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무릎에 올려놓고 코딩을 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배경의 싱그러움과 영상에서 풍기는 여유로움에 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탓에 이 플리를 들으면 유독 집중이 잘돼서 일곱 편의 치앙마이 여행기를 쓰는 동안 항상 이 영상을 틀어놓았다.
혼자 하는 여행이 좋은 점은 그때그때 듣고 싶은 음악을 하루종일 들으며 길거리를 누빌 수 있다는 것이다.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동안 정말 많은 음악을 들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들을 모아 치앙마이 여행사진과 함께 플레이리스트로 모아 보았다.
Slow-SOLE(쏠)
난 오늘 하루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해
사람들은 말해 서둘러야만 해
매번 같은 말에 많이 지쳤어 난 이제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
가지 않아도 돼 잠깐 멈춰도 돼 그래도 돼
Take it slow Solw Go slow Slow
어디쯤을 지나는 걸까 매번 똑같이 궁금해도
그냥 너무 빠른 것 같아 나 혼자만 느린 것 같아
'Slow'는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잘 그려낸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 공항리무진 버스 좌석에 시들시들하게 앉아서 차창 밖을 바라보며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물고기-백예린
난 땅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물고기였을지도 몰라
가끔 내 맘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상관없어
넌 잠시 땅에서 쉬고 있는
자유롭게 나는 새였을지 몰라
언젠가 잠시 널 떠나
어디론가 사라져도 넌 걱정 마
네가 날 바로 찾을 수 있게
작은 타투를 새긴 후 다녀올게
여행을 시작할 때 설레는 마음으로 들으면 좋은 대표적인 노래는 볼 빨간 사춘기의 '여행'이지만, 새로운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날 때는 '물고기'가 제격이다.
산책-백예린
한적한 밤 산책하다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얼굴
반짝이는 별을 모아 그리는 그런 사람
좁다린 길 향기를 채우는
가로등 빛 물든 진달래꽃
이 향기를 그와 함께 맡으면 참 좋겠네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혼자 하는 여행은 그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지만,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생각났다 사라지는 얼굴들이 있다. 한적한 곳을 산책하며 그리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 좋은 노래이다.
Celebrity-아이유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헤매도 좋으니 웃음 짓게 되길
발자국마다 이어진 별자리
그 서투른 걸음이 새겨놓은 밑그림
오롯이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로 가면 돼 점선을 따라
잊지마 이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야
이 곡은 긴 말이 필요 없는 사랑스러운 가사이다. 여행 중에 피곤하다가도 듣다 보면 절로 발걸음이 힘차진다.
unlucky-아이유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여전히 무수한 빈칸들이 있지 끝없이 헤맬 듯해
풀리지 않는 얄미운 숙제들 사이로
길을 잃어도 계속 또각또각 또 가볍게 걸어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불안해 돌아보면서도
별 큰일 없이 지나온 언제나처럼
어쩌면 나름대로 더디게 느림보 같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도 몰라
백예린과 아이유의 지분이 많은 건 기분 탓이 아니다. 난 그녀들이 쓰는 솜사탕 같은 멜로디와 시처럼 아름답게 그려내는 가사를 너무 좋아한다. 아이유도 치앙마이를 와봤던 걸까? 너무나 사바이 철학이 잘 담긴 가사이다.
비밀의 화원-아이유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비가와도 젖지 않아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비밀의 화원'은 원곡자 이상은이 우울증에 걸린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래를 아이유만의 감성으로 리메이크했는데, 치앙마이 곳곳에 있는 꽃들을 보며 들으면 희망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teal The show-lauv
Started out on a one-way train
돌아오는 표 없이 출발했어
Always knew where I was gonna go next
나는 항상 다음을 알았지
Didn't know until I saw your face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어
I was missin' out on every moment
내가 매 순간을 놓쳤다는 걸
'Steal the show'는 디즈니 '엘리멘탈'의 OST로,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사랑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그려낸 곡이다. 그리고 사랑은 꼭 사람과만 빠지는 건 아니다. 여행지와 순조롭게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한 노래이다. 특히나 불 같은 한국인들이 물 같은 치앙마이에서 듣기에 딱 좋다.
Rest-백예린
I just wanna be free
난 그냥 자유롭고 싶어
off the ground, off the wall and I
땅 위에 떠서 별나게 말이야
I wanna be somewhere like no need to be clear 난 확실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 가고 싶어
no need to be explaining I just wanna rest
설명할 필요 없이 그저 쉬고 싶어
no need any words
말이 필요하지 않고
no complain, no watching
불평하거나 누가 지켜보는 것 없이
여행의 이유는 많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잘 쉬기 위해서이다. 카페의 푹신한 쇼파 자리나 잔디밭 위에 누워 들으면 너무 좋은 노래이다.
푸르던-아이유
그날 알았지 이럴 줄 이렇게 될 줄
두고두고 생각날 거란 걸 바로 알았지
너는 조용히 내려 나의 가물은 곳에 고이고
나는 한참을 서서 가만히 머금은 채로 그대로
나의 여름 가장 푸르던 그 밤
머리 위로 연구름이 지나가네
그 사이로 선바람이 흐르네
그림처럼 묽게 번진 여름 안에 오로지 또렷한 너
두고두고 생각날 거란 걸 바로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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