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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Jul 25. 2024

옥수수, 수염은 몇 개?

오늘도 옥수수 낱알을 세고 있다

옥수수가 맛있는 철이다. 단옥수수 일종인 초당옥수수는 6월 초에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었고 7월인 지금은 찰옥수수가 나왔다. 초당옥수수는 달고 아삭한 맛에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효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당옥수수의 존재를 모르고 산 옥수수 맛이 그동안 먹어본 맛과 차이가 컸다. 수분이 많아 물컹하고 강한 단맛은 익숙하지 않았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아삭 맛있다는데 낯설고 어색했다. 누구에게는 아삭거림이 내게는 설컹거림이었다.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더욱이 어릴 적 추억과 함께 버무려진 입맛은 시간이 가도 좀처럼 약화되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시간을 넘어 세월이 흐르면 오래되고 익숙한 입맛에 대한 그리움까지 생겨난다. 옥수수 맛도 그렇다. 그래서 낯선 초당옥수수보다 양은 냄비에서 눈물 흘리며 익어가던 낯익은 찰옥수수가 좋다.

    

작년에 이어 옥수수 모종을 심었다. 텃밭에 갈 때마다 줄기는 한 뼘씩 더 자라 늘씬하고 잎은 길게 늘어지고 초록으로 풋풋하다. 옥수수가 만든 그늘은 늘 싱그럽다. 옥수수 그늘은 그 밑에 앉아서 먹는 막걸리 한 잔과 같다. 날 선 잎에 베이며 바람은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잎은 소리에 놀라 떤다. 바람 소리는 풋고추와 함께 안줏거리다. 텃밭에 오는 재미다.

    

옥수수는 호박이나 오이처럼 암수한그루다. 수술만 있는 수꽃과 암술만 가진 암꽃이 한그루에서 따로 핀다. 키가 훤칠해지는 6월이면 꽃이 핀다. 줄기 맨 위에서 수꽃이 먼저 피고 사나흘 지나 잎겨드랑이에서 암꽃이 핀다. 옥수수처럼 한그루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거나, 식물에 따라 암술과 수술이 한꽃  있으면서도 각기 성숙하는 시기를 달리(수술선숙 또는 암술선숙)하는 이유는 제꽃가루받이를 피하기 위해서다.

    

옥수수 수이삭에는 수꽃(작은이삭) 수십 개가 달리고 꽃 하나에 꽃밥이 3개씩 있다. 꽃밥이 터지면서 아주 작은 꽃가루가 날린다. 바람이 없어도 약 2m, 바람이 불면 300m까지날아간다. 수꽃에는 벌이 찾아온다. 벌이 꽃가루받이에 도움이 되나 생각할 정도로 많이 온다. 반면에 암술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풍매화이므로 벌이 수술에 와도 옥수수는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으나 벌은 가져갈 꽃가루가 많으므로 찾아올 이유가 충분하다. 풍매화는 대부분 꽃잎이나 꿀, 향기 같은 곤충을 유인할 수단을 만드는 대신에 많은 꽃가루를 생산한다.

    

암이삭에는 이삭껍질, 이삭자루, 암술이 있다. 이삭자루에 수염처럼 생긴 암술 수백 개가 달린다. 이삭껍질은 암술과 이삭자루를 감싸 보호한다. 옥수수를 먹을 때 벗겨내는 껍질이 이삭껍질이먹고 남는 속대가 이삭자루다. 수염처럼 긴 암술대는 다른 식물에 비해 훨씬 길고, 나중에는 아래로 처지지만 처음에는 옆으로 뻗고 암술머리 부분이 위로 솟아 있으며, 암술머리 끝이 갈라지고 솜털이 촘촘하다. 이는 수꽃에서 날아온 꽃가루를 어떻게든 붙잡기 위한 전략이다.

    

바람은 꽃가루를 날리기도 하지만 키에 비해 얇은 줄기를 가진 옥수수를 쓰러 넘어지게도 한다. 옥수수는 땅속뿌리 이외에 땅 위 줄기 마디에서도 막뿌리라는 뿌리를 뻗어 더 강하게 지탱한다. 키가 커서 쓰러지기 쉬운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다. 막뿌리가 잘 나오게 하려면 옥수수의 줄기와 뿌리가 만나는 곳에 흙을 북 하듯이 덮어주면 된다. 작년에는 장마에 밭 흙이 물러진 상태에서 바람이 불어 옥수수 대가 넘어져 낭패를 보았다.


재밌는 궁금증이 일었다. 옥수수수염 개수는 몇 개일까? 옥수수수염이라 말하는 부분이 암술이다. 암술 하나에 옥수수 낱알 하나가 맺힌다. 암술마다 수정이 다 이루어지면 수염과 낱알 개수는 같다. 만약 수정이 안 되면 알갱이가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그만큼 낱알 개수가 적다. 알갱이는 이삭자루에 줄을 맞춰 달리므로 수염보다 세기 쉽다. 보통 세로로 8~16줄이고 한 줄에 대략 30~40개가 있다. 대개 4백에서 5백 개에 이른다.

     

낱알 개수를 세면서 보니 알갱이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중간 부분의 알갱이는 가로줄과 세로줄을 맞추어 빽빽이 들어차 서로 간 경쟁과 압력 때문인지 조금 납작하다. 맨 아래쪽 대여섯 줄은 가로세로 줄이 분명하지 않고 좀 더 둥글고 컸고 윗부분은 작고 둥글고 미성숙했다. 위치에 따라 모양에 차이가 있었다. 오늘도 할 일 없이 옥수수를 살피며 알갱이 개수를 세었다. 세다 보니 이렇게 글이 되었다.

<수꽃><암꽃><막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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