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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Aug 02. 2024

쑥갓, 맛보다 꽃이 더 좋다

꽃은 바람에 흔들릴 때 절정이다

쑥갓은 맛있다. 향이 좋아 맛있다. 쑥갓 향은 코로 느껴지기보다 입안에서 느껴진다. 생으로 먹든, 고명으로 올리든, 데쳐서 무치든 입안에 넣고 씹을 때 더 느껴진다. 쑥갓과 달리 쑥은 향이 강해 입에 넣기 전에 코로 먼저 느껴진다. 쑥 향은 날카롭고 쑥갓 향은 부드럽다. 음식에 향을 더할 때 쑥이 아닌 쑥갓을 사용하는 이유다.


향기는 정유라는 휘발성이 강한 물질로 꽃, 잎, 줄기, 뿌리에서 나와 공기 중에 퍼진다. 식물의 향기 성분은 주로 자기방어 물질이며 수단이다. 꽃향기는 수분매개 동물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믿기지 않지만 식물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그 수단으로 향기가 이용된다는 연구가 있었고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휘발성 물질을 발산해서 이웃 식물에게 알려 대비토록 거나 벌레의 천적을 불러오기도 한단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참조>


쑥과 쑥갓은 국화과로 같은 집안으로 닮은 점이 많다. 강한 향도 그렇고 잎의 가장자리가 깃꼴로 깊게 파여 있는 형태도 비슷하다. 식물의 잎 가장자리는 굴곡 없이 매끈하기도 하나 대부분 톱니 모양으로 얕거나 깊게 파인다.


톱니 형태의 결각이 생기는 이유로,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기 불편하게 하고 최소한 덜 선호하게 할 요량이며, 잎의 온도조절을 용이하게 하여 잎이 뜨거워지는 것을 방지하며, 결각 없이 넓은 잎은 다른 잎을 가리게 되므로 결각의 빈틈을 통해 햇빛을 나누어 받는 것이 식물 전체적으로 광합성에 더 효율적이라고 식물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해식물이 표현하는 모든 것은 어느 하나 저절로 생겨난 것이 없다. 모두 이유가 있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다른 점도 있다. 쑥은 잎 앞뒤에 털이 빽빽이 있으나 쑥갓은 없어 둘은 다르다. 털이 많은 건 최초에 살던 고향이 건조하고 바람 많고 황량한 조건이라는 증거다. 그러니 쑥은 야생성과 생명력이 강해 식용으로 이용되면서도 여태껏 인간의 손을 거부하며 길들여지지 않았고 쑥갓은 재배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쑥 향은 여전히 날카롭고 쑥갓 향은 인간의 요구에 맞게 부드러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쑥꽃은 초록빛을 띤 자주색에 크기가 0.1~0.2cm로 아주 작은데 비해 쑥갓꽃은 희거나 노란색에 크고 화려하여 쉽게 구분된다. 쑥갓꽃은 중앙의 대롱 모양의 꽃이 노랗게 짙으며 가장자리에 혀처럼 긴 혀꽃은 밖으로 갈수록 옅어진다. 이런 색의 조화가 매력이다. 텃밭에서 아름답게 피는 꽃들이 많은 중에 아름다움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채소로 길러 먹으나 서양에서는 화초로 심어 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꽃을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 대롱꽃은 암술과 수술이 모두 있으며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차례로 핀다. 또한 혀꽃은 암술만 있고 낮에는 활짝 피었다가 해가 지면 뒤로 젖힌다. 저녁에 암수술을 감싸며 오므리는 많은 꽃과 반대로 움직인다. 또한 봄에 줄기를 꺾어 먹으면 아래 줄기에서 새로운 곁순이 나오고 때가 오면 꽃봉오리를 올리고 이어 꽃을 피운다. 가지를 자를수록 가지가 많아져 꽃이 풍성해지는 셈이다. 그러니 일부러 기르지 않아도 텃밭에서 쑥갓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오랜만에 쑥갓 씨앗을 파종했다. 몇 그루는 순을 꺾지 않고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이웃 텃밭에서는 작은 땅인데도 화초도 심어 꽃을 즐기는데 그 넉넉함을 따라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화초를 심고 싶진 않았다. 화초는 품종 개량으로 꽃이 크고 겹꽃으로 꽃잎이 많고 색깔도 화려해서 첫눈에 반하나 진한 화장을 한  자연스러움이 부족하다. 균형 잡히고 순수해서 오래 보아도 물리지 않는 생겨난 그대로인 야생화가 좋다. 쑥갓꽃은 화초에 못지않은 화려함에 자연미도 겸비한 작물 꽃이다. 화초든 들풀이든 작물이든 어떤 꽃이든 즐기는 자의 취향이고 재미다.

 

텃밭에서 쑥갓꽃이 피었다. 순을 자르지 않아 키를  키운  쑥갓에서 꽃이 피었다. 오늘도 쑥갓꽃 앞에서 바람을 만났다. 키가 커서 바람에 더 크게 더 자주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릴 때 꽃은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꽃이 흔들리고 나서야, 향기가 코를 스친 후에야 바람을 다. 바람은 앞서갔고 나는 매번 뒤따랐다. 꽃은 여름 내내 피고 질 테고 가을 문턱까지도 필테다. 꽃이 피어있는 한 바람이 멈추지 않으면 좋겠다. 바람이 부는 한 꽃은 절정이다.

<쑥갓 꽃이 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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