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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Nov 23. 2018

글쓰기 진화에 필요한 준비물

독자는 알아서 꼬이는 게 아니거늘

난 글의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피카츄 같은 글과 라이츄 같은 글


먼저 피카츄 같은 글은 나만을 위해 쓰는 글이다.

예) 일기, 가치관 소설


다음으로 라이츄 같은 글은 독자를 전제하고 쓰는 글이다.

예) 브런치 글, 대중 소설


이렇게 나눈 이유는 피카츄와 라이츄 모두 각자만의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진화하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피카츄가 좋으면 굳이 라이츄로 진화시킬 필요가 없다. 지우처럼 각자 자신에게 맞는 걸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심정의 변화나 타인의 요구로 라이츄 같은 글을 쓰게 될 때가 있다. 이번 글은 그런 시기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짤막한 입문 안내서다.


라이츄 같은 글에 입문하기


다른 사람을 지성적으로든 감성적으로든 매혹해야 하는 글. 쉽지 않다. 특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무슨 주제로 글을 쓰지?

내용은 어떤 식으로 전개할까?

어디다 글을 써야 하지?


여러 가지 고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러다 결국 다음과 같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쓴다고 누가 읽기나 할까?


창작 의지를 확 꺾어버리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건 글쓰기 입문자가 하기엔 다소 쓸데없는 고민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대부분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초심자가 쓴 글에 알아서 꼬일 독자가 있을까?

없다!


없다니까!


물론 원래부터 유명한 사람이면 다를 수도 있다. 누구 말대로 일단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니까. 하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명하진 않다.


그러니까 우린 최대한 현실적으로 라이츄 같은 글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추는 "독자 구걸"이다.


라이츄 같은 글을 쓰고자 마음 먹었다면 내 글을 읽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냥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 띡하고 올린다고 끝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글 쓴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리고 읽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부탁인데.. 내 글 좀 읽어줄래?


그런데 아무나 붙잡고 부탁하기보단 조금 선별하고 부탁하는 게 좋다. 몇 가지 선별 조건을 추려봤다.



1. 사랑과 우정으로 읽어주는 사람


초심자의 글은 투박한 경우가 많다. 담겨있는 정보 혹은 감성이 뛰어나더라도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어려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만약 아들의 글, 여자친구의 글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조금 더 인내심과 흥미를 갖고 읽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별다른 연고가 없는 사람보단 가까운 사람에게 부탁해보자.


또 초심자에게 평가는 양날의 검이다.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호되면 의지가 꺾인다. 그러니까 내 글을 사랑 혹은 우정으로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은 글에 글쓴이를 투영해서 보기에 호되게 비판하기보단 눈에 걸리는 상처 몇 가지만 상냥하게 짚어줄 것이다.


물론 이는 빠른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초심자에겐 성장보단 흥미 붙이는 게 중요하다. 흥미가 바탕이 되어야만 오래간다.


2. 최대한 자신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땐 넷상의 구독자 100명보단 바로 주위에서 글을 읽어주는 현실 지인 1명이 더 도움이 된다. 넷상의 구독자는 글쓴이에게 피드백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 지인의 경우 글에 대한 피드백을 짧게나마 들어볼 수 있다. 밥이나 차를 대접하면 더욱더 길게 얘기를 나눌 수도.. 그러니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에게 글을 읽어달라 부탁해보자.


3. 결과가 아닌 과정을 지켜봐주는 사람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지속적으로 읽어야만 보이는 포인트들이 있다. 반복되는 실수, 향상되는 지점, 어투의 변화.. 단편적으로 봐선 잡히지 않는 것들이다.


또 지속적으로 읽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글쓰기에 책임감도 생기고 성장도 빨라진다. 그 사람을 고려하면서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넷상의 막연한 독자를 고려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다.



많은 독자가 필요한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읽고 피드백을 준다면 2명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너무 많으면 어떤 피드백을 따라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수도 있다.


그래도 어쨌든 있긴 해야 한다. 그래야만 라이츄 같은 글이 성장할 수 있다. 얼마 안 되더라도 독자가 있어야만 우리는 타인을 위한 글쓰기의 재미와 책임을 느끼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성장을 어느 정도 한 후엔 넷상의 독자들을 매혹할 만한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글이 비로소 광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눈에 띄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첫 단추를 잘 꿰어보자.

라이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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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치관 소설쓰기 

#2.자유롭게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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