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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Jul 19. 2019

햄버거, 햄버거, 햄버거!

햄버거는 완전식품?

 저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햄버거를 즐겨 먹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롯데리아 새우버거나 맥도널드 빅맥이 먹고 싶을 때 가는 정도였죠.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달라져야만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나누기 전 질문을 먼저 드려볼까 해요. 여러분은 ‘캐나다의 전통음식’하면 어떤 종류가 떠오르시나요? 캐나다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아마 ‘푸틴(Poutine)’을 떠올리실 텐데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머뭇거리실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캐나다는 우리가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듯 ‘신대륙’ 발견에 의해서 시작된 나라입니다. 다른 아시아, 유럽 국가들처럼 수 천,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자연스레 ‘전통음식’이라고 일컬을 만한 음식도 다양하진 않습니다. 이 들의 주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햄버거, 피자, 다양한 종류의 빵들, 그리고 다인종 국가인 만큼 그들 나라의 음식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는 앞에서 말씀드렸듯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카페에서 일을 하면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되고, 한식당에서 일을 하면 한식을 많이 먹게 되듯,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햄버거를 많이 먹게 됩니다. 처음엔 정말 맛있었어요. 한국에선 자니로켓이 많이 비쌌기에(개인적으로)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게다가 직원은 50%를 할인해 주기 때문에 거의 매일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같은 직원끼리 서로의 식사를 만들어 줄 때가 되면 눈빛으로 얘기합니다. '치킨 큰 거 넣어주고, 소스 많이. 알지?' 그렇게 나름 가성비 좋은 햄버거를 먹다 보면 진짜 캐나다에 왔구나 실감하게 되죠.


 하지만 그것도 몇 주면 한계에 다다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자주 먹으면 질리는 법인데,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햄버거를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다 보니 몸에서 받아주질 않게 돼버린 겁니다. 그래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어요. 기본 레시피와는 다르게 소스도 바꿔보고, 패티도 추가해보고, 빵 종류를 바꿔 보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은 기존 메뉴에서 뭘 더 추가하고 뭘 더 빼면 극강의 조합이 되는지 일하면서 자연히 알게 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직원 추천 메뉴'가 탄생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햄버거는 햄버거입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햄버거 늪에 빠져버린 저는 헤어 나올 수 없었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즐기기로 했습니다. ‘남들이 $10, $15 내고 먹는 음식을 나는 절반 값에 먹을 수 있잖아!’, ‘탄산이 나쁘다고?, 그럼 물이랑 먹지 뭐’라는 엄청난 자기 합리화를 시작하니 질리던 햄버거도 맛있게 느껴졌고,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햄버거는 완전식품 아닌가? 어느 영양소 하나 빠진 게 없잖아?’라는 저만의 이론을 만들어 내기에 이릅니다.


 물과 함께 먹는 햄버거, 감자튀김 없는 햄버거.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지만, 이곳은 캐나다이기에 그리고 저는 워홀러 이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햄버거는 완전식품!’


빙산의 일각일 뿐...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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