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버린 꽃은 줍지 말자

Nunca mires atrás(= Never look back)

by 유동재

한참 이성에 관심을 가질 학창 시절에, 나 역시 여자 친구 사귀기는 것이 로망이었다. 내 파트너를 찾고자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나갔었다. 늘 설렘에 꽃단장을 하고 나갔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 친구를 만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 같다. '인연이 따로 있겠지'라고 자위하며 그날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중학교 2학년 때, 유독 나를 이뻐해 주시던 담임선생님의 도플갱어를 만났다. 평범한 아이였지만, 중학교 때 기억이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나의 첫사랑이었다. 열심히 사랑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헤어졌다. '이루어지지 않아서 첫사랑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별의 아픔에 힘든 시기를 보내던 나에게 친구가 다음의 위로 말을 건넸다. "아름다운 꽃은 꺾지 말고, 일단 꺾은 꽃은 버리지 말며, 버린 꽃은 결코 다시 줍지 않는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은 끝났다.


인생을 살다 보면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기쁘고 즐거운 일들만 있기를 바라지만, 오히려 괴롭고 힘든 날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가고자 하는 길이 막히면, 뒤를 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앞이 안보이니, 뒤를 보게 된다. 미래지향적이기보다 과거지향적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돌이켜 본다 해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과거는 엎질러진 물과 같다. 다시 담으려 해도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엎질러진 물은 잊고, 새롭게 담으려 심기일전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는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든 결심하기 전에 더욱 신중해야 하며, 그렇게 해서 내린 결정이라면, 설사 훗날 아쉬움이나 후회가 든다 해도, '그때의 결정이 최선이었다'라고 의식적으로 자기 세뇌를 해야만 삶이 조금은 덜 불행해질 것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영화 제목처럼, 나에겐 지우개가 없다. 그래서 정작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들은 시간이 지나도 내 뇌리에 남아 나를 종종 괴롭게 만든다. 마치 늪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더 빠져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04년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eoff)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Don't think of an elephant)'라는 정치서적이 국내에서 출판되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는 제목을 보면, 오히려 머릿속에 코끼리가 더 생생히 떠오른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지는 청개구리 심리와 매우 유사하다


돌이킬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과거가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다. 사람은 업적으로 평가된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매 순간 올곧게 살아야 한다. 인생 여정은 단편이 아니라 연속되는 궤적이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그리고 당당히 살아야 할 것만 같다. 임인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10여 일이 지났다. 새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금 살펴봐야겠다. 떨어진 꽃을 다시 줍기 전에, 왜 버렸는지 혹은 왜 버려야만 했는지 생각하자. 과거에 아름다웠던 꽃은 기억 속에 묻어놓고, 내일의 꿈을 찾아 오늘은 아름다운 꽃을 성실히 가꿔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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