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공방 Feb 24. 2020

pieces/ 자취방에서의 마지막 날

도쿄에서의 내 첫 자취방 -

고마웠어.


내 많은 고민과, 나태와, 눈물과, 혼잣말을 삼켜줘서.

술과 우울에 먹혀 흐트러진 날 숨겨줘서.


몇 달에 한 번씩 난리를 치며 구조를 바꿔대는 내내 예뻐줘서.

제때 돈을 내지 않아 전기, 가스, 물이 한 번씩 끊겨도 잘 버텨줘서.


말소리와 음악 소리를 꼬옥 품고 내보내지 않아 줘서.

퇴근 후 지치고 심심한 날 내보내지 않고 품어줘서.


해가 드는 날이면 햇살을 전해주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빗소리를 들려줘서.


필연적인 외로움을 알려주어서.

그 안에서 포근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해 줘서.


온전한 독립을 향해가는 날 응원해줘서 -

고마웠어.

작가의 이전글 계속, 불편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