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2017년 카이스트 정보경영인들의 이야기
『다시, 학교로 간 직장인들』
이번 연재는 단순한 문장의 조합 아닌,
우리 삶 속에서 다시 불붙은 갈망의 기록이다.
명함과 직함으로 살아가던 우리가, 어느 날 다시 학생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찾아 교정으로 발걸음을 옮긴 K-직장인들의 이야기.
오랜만에 처음 캠퍼스에 발을 내디뎠던 날을 잊지 못한다.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고, 정원 위로 스치는 바람은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듯 상쾌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좋았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따질 겨를조차 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마치 다시 대학생이 된 듯한 착각마저 달콤했다.
이 길에 들어선 이유는 사실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입사 초기부터 품고 있던 작은 버킷리스트, 언젠가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뚜렷해지는 그 갈망
단순한 경력 관리나 학위의 문제가 아니라,
우물 안 개구리로 남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나를 이끌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캠퍼스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느꼈던 충만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과중한 회사업무와 가정에서는 육아를 병행하면서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왜인지 마음은 가벼운 느낌이었다.
시험과 과제, 프로젝트, 논문 같은 부담이 한꺼번에 몰려올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늘 분주했던 내가, 잠시나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다는 사실이,
아내와 아이에게는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함께한 60여 명의 동기들이었다.
무려 40개가 넘는 기업에서 모여든 다재다능한 사람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금융권, 스타트업,정부기관, 외국계 기업까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한 강의실에 모여 있었다. 교정 안의 풍경은 어느새 한국 사회의 축소판처럼 다채로웠고, 토론이 시작되면 산업의 언어들이 뒤섞이고, 시각과 논리가 부딪히며,
캠퍼스는 살아 있는 작은 생태계처럼 요동쳤다.
첫 만남에서,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이들과 함께라면 분명 즐겁겠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이 속에서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누구 하나 만만한 이가 없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고, 그 속에서 호흡을 맞춰 갈 수 있도록 다짐을 해본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것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동기들과 나눈 대화는 내 사고의 틀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들의 논리와 시각은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었고, 나는 그 안에서 내 생각을 다시 세우고 확장할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각자의 현업에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로 남아 있다. 단순한 동문을 넘어, 살아있는 동기부여의 원천이다.
물론 두려움도 많았다.
‘주경야독’이라는 말은 책에서만 보았지,
그 길을 내가 직접 걸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회사와 가정과 학업, 그 모든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죽도 밥도 안 되는 건 아닐까?
그 불안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해냈다.
즐겁게, 때로는 고되게, 하지만 분명히 의미 있게.
이 과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발판이 되어주었다.
열정적이지만 결국 평범한 직장인들이,
또 하나의 세계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걸어낸 여정.
『다시, 학교로 간 직장인들』은 바로 그런 기록이다.
이 브런치북의 연재는 2017년 카이스트 정보경영(IMMS : Master of Information Management) 과정 동기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생각의 집합체이다.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용기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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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COLLEGE OF BUSINESS
(KAIST 경영대학 정보경영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