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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달리며 배우는 법

속도보다 중요한 건,우리만의 리듬이다

by 꿀아빠

요즘 나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머리가 복잡할 때 뛰면 정리가 되고,

하루를 잘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사실 달리기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운동이다.

나도 그래서 ‘뛰는 건 다 똑같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다시 뛰어보니, 처음엔 5km도 버겁다.

숨이 턱 막히고 다리가 금세 무거워진다.

페이스, 호흡, 심박이 금세 흐트러진다.


예전엔 감으로 뛰어도 된다고 믿었는데,

제대로 뛰려면 생각보다 신경 쓸 게 참 많다.


익숙함은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있을 때가 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은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 속에서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 자란다.


그러다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면 허둥대고,

익숙한 방식이 달라지면, 금세 막히곤 한다.


익숙함은 나를 편하게 하지만,

결코 나를 성장시키진 않는다.


다시 배우기로 했다


달리기도, 일도 결국 비슷하다.

익숙하다고 자만하고, 감으로만 뛰면 금세 한계가 온다.

페이스는커녕, 방향이 맞는지도 헷갈릴 때가 있다.

그즈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부 때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그땐 깊이 없이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실무를 경험한 뒤 학교로 돌아가 다시 책을 펼치니

같은 문장이 전혀 다르게 읽혔다.

예전엔 그저 외우고 지나쳤던 개념들 속에서,

내가 놓쳤던 원리와 맥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의 감각이 체계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이었다.

같이 배우는 동기들은 각자 다른 업계에서 온 전문가들이었다.

기술, 전략, 연구, 마케팅…

모두 자기 분야에서 이미 실무를 이끄는 사람들이었다.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커리어에 대한 욕심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기본값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

서로의 관점을 나누고,

다른 산업의 사고방식을 엿보는 일이 새로웠다.


혼자 뛰면 금세 페이스를 놓친다.
함께 뛰면 리듬이 생긴다.


혼자였다면 멈췄을 순간에,

동기들의 속도와 호흡이

마치 페이스메이커처럼

내 성장 리듬을 만들어줬다.


다시 달린다는 건,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내 호흡을 돌아보고,

함께 달릴 수 있는 리듬을 배우는 일이다.




『다시, 학교로 간 직장인들』 릴레이 에세이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전 삼성전자.

현 스타트업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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