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선택의 마음가짐
必死卽生, 必生卽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난중일기, 이순신>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여수의 밤바다는 도로를 따라 이어진 가로등과 네온사인의 불빛으로 반짝였다. 해안선을 따라 빛나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밤하늘의 별빛을 몰아낼 기세였다. 그러나 별빛은 여전히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현란한 조명의 불빛에 현혹된 나의 눈이 한결같이 빛을 밝히는 별빛을 놓친 것뿐이었다.
여수만 주변의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해상케이블카, 장군도, 낭만포차거리 등 야경 명소들이 조화를 이룬 전체적인 밤 풍경의 아름다움이 여수 밤바다의 낭만이다. 이곳에서 현실에 얽매이지 않은 채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낭만을 느끼며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있을 때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순신 장군. 그는 임진왜란을 전면에서 부딪힌 역사적 인물로 남았다.
난중일기는 이순신이 1592년부터 전사 이틀 전일까지 기록한 친필 일기이다. 원래는 해의 간지에 따라 임진일기, 계사일기 등으로 불렸으나 정조 19년(1795)에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난중일기'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날씨, 군무, 진중 군정, 전황 보고, 수군 지휘 비책, 부하에 대한 상벌, 조정·정치 상황 등 군사와 정치, 사회 전반을 기록한 일급 사료이며 동시에 가족, 친구에 대한 그리움, 분노, 슬픔 같은 개인적 감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어,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문학적이고 정신사적 자료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임진왜란 연구에 있어 최고 지휘관의 시각에서 기록된 유일한 전쟁 일기로 평가되며, 1962년 국보 제76호로 지정되었다. 2013년에는 그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지금의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를 만끽함에 있어 400여 년 전 국가를 지키고자 치열하게 노력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이순신 장군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생각한다. 자신과 가족, 사랑하는 사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많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수없이 가졌을 고독과 사유의 시간이 분명 그를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이끌었으며 결국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비록 참혹한 전쟁 중 이순신 장군의 목숨이 다하였지만 그가 고민하고 노력하여 이룬 생각과 뜻은 승화하여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숭고한 그의 희생이 후세에 존경과 찬미로 남을 줄 그는 예상했을까?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긴다. 우리가 삶의 중요한 갈림길에 섰을 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죽음까지도 불사할 수 있는 굳은 의지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느슨한 정신의 끈을 다시 묶게 한다. 안일하고 대수롭지 않게 선택해 온 중요한 삶의 여정을 반성하며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노력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진지함 속에서 때론 가볍게 적절한 균형감도 갖출 것이다. 삶이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피곤하니까.
<이순신, 1549-1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