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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조 Oct 13. 2024

사랑에서 찾아오는 고통

안일함에 대하여

사랑의 싹이 움트면 관심, 온기, 존중과 같은 양분을 듬뿍 머금고 쑥쑥 자란다. 특히 사랑이 싹트는 순간의 불꽃과 같은 강렬한 에너지를 처음 느껴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의 황홀한 소용돌이에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먼 거리를 기꺼이 내딛게 해 주며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만들어내는 마법을 익히도록 도와준다. 싹튼 사랑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 싹을 성장시키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쑥쑥 자라는 사랑을 느끼고 바라보면 어느새 가슴은 포근한 온기로 가득 차 기분 좋게 두근거린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사랑이 자라지 못한다. 두 사람이 함께 키워가는 사랑은 매우 건강하고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굵고 아름답게 자란다. 이해와 신뢰의 양분을 머금은 사랑은 그야말로 아름드리나무와 같은 신비로움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는 전적으로 그것을 가꾸는 사람들의 몫이다. 하지만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지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 나름대로 좋은 향기도 뿜어낸다. 그러나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랑은 그 노력을 기울인 만큼 강하고 질기며 튼튼하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여리며 약하다. 꾸준히 돌보고 가꾸지 않으면 풍성하게 자랐던 사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볼품없어지고 시든다.


다시 또다시


잎은 모든 기운을

가지 끝, 마디 사이로 옮겨 놓고

시들어 떨어진다.


인내의 계절을 지나

이윽고 터뜨리는 봄

햇살, 온도, 모든 것들이

봄을 키워 여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르익을 즈음

툭 떨군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다시 가지 끝, 마디 사이에 남기고


그렇게 소중히 가꾸어 온 사랑이지만 위기는 찾아온다. 사랑의 위기는 익숙함에서 시작된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그것에 쏟던 열정이 식게 마련이다. 또 익숙한 대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란다. 안일한 마음의 상태가 이어지면서 사랑을 가꾸는데 필요한 노력도 줄어든다. 사랑이 유지되는 데 꼭 필요한 양분을 얻지 못하면서 사랑은 서서히 시든다. 가까스로 이런 상황을 알아채고 다시 사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는 따뜻한 마음이 남아있을 때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서서히 시들어가는 사랑을 지켜본다. 이미 익숙함으로 마음이 식어 설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익숙함으로부터 시작된 안일함이 사랑을 무너트린다. 사랑에게 매우 위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식어가는 사랑을 지켜보는 것은 커다란 고통이다. 특히 자신보다 더 빨리 식은 상대방의 마음을 지켜보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자신의 마음이 식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따뜻한 사랑을 받는 일도 매한가지로 고통이다. 이런 고통은 어느 한 사람, 또는 동시에 두 사람에게 시작된 익숙함에 따른 안일함의 결과이다.


사랑도 철저함이 필요하다. 서로의 마음이 식지 않도록 서로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더 이상 따뜻함을 더할 수 없다면 남아있는 온기를 지키는 일이라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두 사람의 아름다운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안일함의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면 또다시 그런 고통을 겪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서로를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사진: UnsplashBrina B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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