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변덕스러움으로 인해 시시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온기를 냉기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런 변덕스러움은 두 사람이 이어진 사랑의 끈이 얇거나 두 사람 간의 사랑의 깊이가 얕거나 사랑의 시간이 짧거나한 상황에서 도드라지게 발생한다. 그러나 존중을 통한 이해와 신뢰로 다져진 사랑은 쉽게 흔들리거나 뽑히는 변덕의 장난에도 굳건하다. 상대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말과 행동이 자연스러운 사이로 서로를 매우 잘 이해하는 사이에는 변덕의 자리란 없다. 더욱이 인생의 가치관이나 다양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삶의 태도가 비슷하면 단순히 존중하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강한 신뢰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뢰의 울타리가 쌓일 때 즈음 결혼을 생각한다. '평생을 이 사람과 함께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있는 단초가 되어준다. 신뢰가 쌓이면 쌓일수록 확신으로 굳어지고 이런 확신이야말로 사랑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까 싶다. 확신에 찬 두 사람이야말로 죽는 날까지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신뢰나 확신은 사랑을 쌓는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탐색하고 확인하면서 형성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사랑의 경험이 많고 연륜이 쌓일수록 신뢰와 확신을 쌓는 일이 더 조심스럽지만 신뢰와 확신의 힘은 더욱 견고하다. 나이가 들면서 보는 눈이 더 높아져 결혼이 쉽지 않다고들 흔히 말하는데 경험의 시야가 확장되기 때문에 생각할 조건이 더욱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랑의 신뢰와 확신이 견고한 이유는 성격, 취향, 가치관 등의 많은 조건들을 떠올리며 고심한 끝에 쌓은 신뢰와 확신이기 때문에 그렇다.
두 사람의 내면에 샘솟는 사랑이 온기가 세상의 풍파를 막는 바람막이가 되어 아늑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 보금자리에는 서로에 대한신뢰와확신이 쌓이고 깊어진다. 그 사이에 안일함이나 냉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식지 않을 것 같이 뜨겁던 보금자리에도 복병이 등장한다. 내면으로부터 샘솟는 사랑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주변을 둘러싼 외부적 요인이 사랑에 영향을 미친다. 직업, 경제적 상황, 가족 관계, 친구, 건강, 불의의 사고 등이 견고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에 균열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어떤 상황은 서로 이해하고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지만 튼튼한 댐이 작은 균열로 무너지기도 하듯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덮쳐오기도 한다.
신뢰와 확신으로 사랑의 완성을 이룰 때, 더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까지 맞아떨어졌으면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서로에 대한 마음 하나만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행복이라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불행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라도 덜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당연한 것 아닐까? 그렇기에 행복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주위에 펼쳐진 환경과 상황에 사랑의 마음마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사랑은 그런 환경과 상황도 극복하며 가꿀만한 가치가 있는 매우 희망적인 행복의 요소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두 사람의 의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기필코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의 사랑을 지켜 나가야겠다는 의지야말로 신뢰와 확신으로 이루어진 견고한 세상을 지키는 방파제가 되어 줄 것임을 의심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