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목소리에 간절히 답하다
산티아고는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물론 양털가게 딸도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그의 사람이 아니어서 양들만큼 중요하진 않았다. 이틀 후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할 것이다. 그녀에겐 모든 날들이 다 똑같을 것이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연금술사> 중-파울로 코엘료
인간은 마법과 신비학에 기초를 둔 연금술로 값이 싼 물질을 금으로 변환시키고자 했다. 연금술은 부와 권력을 갈망하던 인간의 도전이다. 하지만 연금술이 단순하게 어떤 신비적인 마법으로 끝맺음한 것이 아니라 화학이라는 학문의 발달, 다양한 관념과 현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고의 틀 확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는 내면에서 솟구치는 어떤 강렬한 의지를 느낀다. 내면의 강한 의지에 저항할 수 없고 저항해서도 안 될 것만 같다. 내면의 의지는 생존과 쾌락의 욕구와는 다르게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파악하려는 영혼의 부름이다. 산티아고는 용감하게도 자기 영혼의 부름에 당당히 답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여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집을 떠나 길을 나선다.
높은 지위나 권력, 재산과 같은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평온한 삶을 꿈꾸는 우리에게 어린 산티아고의 삶은 많은 가르침을 남긴다. 연금술이라는 신비한 현상을 빗대어 우리가 금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은 어떤 물질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태도임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작가는 영혼의 이끌림을 마주한 우리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부드럽게 묻는다.
현실의 삭막한 장벽 앞에 애써 영혼의 부름을 외면해 온 나는 이미 지나가 버린 청춘이나 기회를 한탄하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우리를 응원하고 있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영혼의 울림을 따르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연금술사이며, 각자 인생의 가치를 금빛으로 반짝이며 아름답게 물들여야 한다.
파울로 코엘료는 자기 영혼이 어떤 것에 공명하고 행복을 느끼는지 고요하고 깊게 관조할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영혼의 울림을 따르는 삶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인생이다.
<파울로 코엘료,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