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by Viki

"콰쾅! 쾅! 쾅!"
세 번의 충돌 소리, 허리와 목이 아프다.
엄마의 삼우제를 지낸 후, 집에 가던 길에서 사고가 났다. 정확히는 우리 차가 사고를 냈다.
차가 많이 막혔고, 동생은 피곤한 상태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직후, 난 숨을 쉴 수 없었다.
운전석에 앉은 동생에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힘이 빠진 손을 흔들 수밖에 없었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무서웠다.
그렇게 죽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호흡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주변인들의 신고로 경찰차가 출동했고, 견인차는 경찰차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경찰은 우리 차가 최초 추돌을 해서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셨다. 사고 난 차량 운전자들 중 내 동생이 가장 어렸고, 옆에 탄 나도 아는 게 없으니 경찰의 말을 들었다. 그렇게 사고 수습이 되었고,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우리 차를 제외한 나머지 세 대의 차는 사고 수습 후 현장을 떠났다. 나와 동생은 차를 견인차와 함께 보내고, 시외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짐을 풀자마자 늦게까지 하는 정형외과를 찾아서 바로 진료를 봤다. 안전벨트 버클 쪽 타박상 외에는 멀쩡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3개월 이상 지켜보라고 하셨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동생도 나도 큰 부상이 없어서 참 다행인 하루였다.

그 후로, 꽤 오래 나는 조수석에 탈 수 없었다.
빠른 속도에서 난 사고도 아니었고, 크게 다치지도 않았는데, 조수석이 무서웠다.
운전석 옆에서 앞 유리로 보이는 차들이 나와 가까워질 때면 나도 모르게 문 위에 손잡이를 잡았다.
몸은 움츠러 들고, 눈은 질끈 감으면서 말이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차를 타는 경우가 생기면, 난 본의 아니게 뒷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둘이 탈 땐 택시도 아닌데 상석에 앉아서 다녔다. 가끔 운전자에게 미안한 마음에 상석을 피해 운전석 뒷자리에 앉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지만, 그땐 심각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교통사고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흐릿해질 즈음, 후유증도 서서히 사라졌다.


지금 난, 조수석에 타면 심심해한다. 아직 앞 차와의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지면 움찔하지만, 눈을 질끈 감진 않는다. 휴대전화를 봐도 3분 이상 못 보고, 책도 읽을 수 없다. 아무래도 멀미를 하나보다.
그래서 난, 조수석 말고 운전석을 선택했다. 운전을 하면 재밌다. 핸들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깜빡이도, 와이퍼도, 워셔액도, 엑셀도, 브레이크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조수석에도 못 앉던 내가, 이제 운전석에 앉는 걸 즐긴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크게 아팠다가도 서서히 나아지고, 예상치 못한 힘을 발견하며 더 단단해지는 것.

혹시 지금 후유증을 앓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언젠가는 훌훌 털어내고, 당신만의 운전석에서 삶을 즐기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