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모의 육아에세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허겁지겁 내 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밤 열 시 혹은 열 한 시.
졸린 눈을 비벼가며 놀던 아이는
졸음은 참아도
엄마랑 노는 시간은 양보할 수 없다.
늦은 밤이지만,
잠시라도
블록 놀이, 주방 놀이
그리고 책 읽기의 시간을 조금 보낸다.
그래도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에
울다가 억지로 잠이 든 아이를 토닥이다가
살금살금 숨죽여 거실로 나온다.
흐트러진 거실을 천천히 하나씩 정리한다.
절대로 서두르면 안된다.
느릿느릿 아이가 어지럽혀둔 거실을 만져보면
오늘 낮시간,
내가 함께 하지 못한 시간 동안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다.
빨대컵에 반이 채 못되게 남긴 우유,
굴러다니는 사과 조각,
오늘은 Abc 초콜렛도 먹어 봤네.
가끔 먹다 만 계란 흰자가 나오기도하고
뽀로로 얼굴이 반쯤 사라진 과자가 떨어져 있기도 한다.
유난히 레고 블록이 늘어져 있는 날,
사각블럭이 죄다 나와 있는 날,
주방 놀이 안의 야채란 야채가 나와있는 날,
책으로 징검다리를 만든 날 등등
오늘 무얼하고 놀았는지
무얼 먹었는지
그 시간 그 자리에 함께 있지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내 아이의 시간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그런 시간.
반으로 나누어진 가지 한 조각이
내 신발 안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꾸욱 누르다가 왕창 튀어나온게 분명한,
덩어리져 늘어진 치약이
세면대에 떡하니 있기도 한다.
무언가를 쏟았을 때 청소용으로나 쓰게 될
다 풀어진 두루마리 휴지 더미가 소파위에 쌓여있고,
그 소파에 앉으면
엄지 손가락보다 작은 조그만 공룡이
엉덩이 아래에서 튀어나오고
자칫 크레파스를 밟고 미끌,
넘어질 뻔 하기도 한다.
뒤늦게 그 흔적들을 따라다니면서
같이 즐긴 것 마냥 웃음이 나오곤 한다.
이 모든 카오스를 만들면서
얼마나 신나게 놀았을까,
그 신난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을지,
미처 보지 못한 아쉬움에 섭섭하기도 하다.
그렇게 천천히 장난감을 제자리에 정리해주고
아이의 하루를 거슬러 따라가보는 시간.
고요함 속에서 정리정돈을 하면서
내 하루도 같이 정리를 한다.
내 마음의 일부는
오늘 마무리 한 일을 넘기고
내일 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를 고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시간쯤 지나면
거실은 깨끗하다.
사부작사부작 놀듯이 치워낸 거실은
다시 내일 새롭게
아이가 어지를 준비를 마친다.
매일매일 창조되고
다시 정리되는 장난감 세상.
나도 내일 할 일의 순서를
마음으로 다 정돈했다.
아이의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기고
내 준비물을 챙겨두려 일어선다.
오늘 하루가,
또 지났다.
잘.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방에 돌아와
새근새근 자는 아이의 기저귀를 들추어보고
그 옆에 누워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이드는 따뜻한 밤.
여느때와 같이
아이의 발을 찾아쥔 내 손.
창 밖엔
달과 별이 함께 빛난다.
해를 맞을 준비를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