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이 없어도 기차는 달린다.

신생모의 육아에세이

by 아란


기찻길을 만드는 아이를 보며 깜짝 깜짝 놀란다.

난 기찻길을 연결해서 만드는게 참 어렵던데

아이는 그냥 쓰윽쓰윽 연결해서 길게 맞춰나간다.


놀고 있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어려워했던 이유는

꼭 어떤 틀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규칙이 없었다.

설명서따위도 필요없고 그저 손 가는 대로 자유롭고 즐겁게.

기찻길이 꼭 둥글 필요도 없고

끊어져 있어도 상관없었다.

장난감 기차가 달리면 그 자체가 기쁘고

끊어진 길 밖으로 달려나가도

기차는 멈추지않고 달리니

그저 재미있는 해프닝일 뿐.


왜 난 꼭 정해진 틀로만 만들고

꼭 그 길로만

기차가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면

내 인생도

편안하게 기찻길을 따라 간 적이 없었다.


어떻게든 엄마아빠가 기찻길로 이끌어주면

어떻게하면 거길 벗어날까 궁리하며

지나온 10대.


이제 컸으니 나만의 기찻길을 보란듯이 잘 만들겠다고 달려든 세상에서

기찻길을 만들 재료값이 너무 비싸다는 걸 알고

달릴 기차를 만드느라 정작 달려보지 못하고 보낸 20대.


그리고 이제 좀 달려볼까하니

어느 새 아이가 내 몸통을 타고 올라와 있는 30대.


아마도 큰 변화없이 또 40대를 맞겠지.


아직도 꿈꾼다.

화려한 나만의 기차가 달리는 꿈을.

이제 나는 서른 중반이 넘어서고

아직도 아이를 기르고

자유를 얻을 날은 멀었지만

한 가지는 안다.


후회하든 하지않든,

망설이든 들이밀든,

어쨌거나 시간은 간다.

정직하게.

시간은 탈선하는 법이 없다.


그러니,

당장 달리는 시간에 몸을 담고 있는 지금,

오늘 하루.

내 주어진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것인가.


애써봐야한다.

기차는 매일 아침 달릴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아이때문에, 라고 생각하며 멈춰서도 안된다.

아이와 함께 달리면 되니까.


안되는 이유를 찾지말고

달려야 할 이유를 찾으면,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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