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모의 육아 에세이
오후 4시가 되면 거실에 햇살이 들이찬다.
오전부터 서서히 스며든 햇살을 가득 품은 거실은 따뜻하다.
아이는 한 참 자고 일어나 응가를 한껏 하고
엄마 젖을 배불리 먹고 모빌 놀이에 심취하는 시간.
대충 급히 떼운 점심이 식탁에 널부러져 있고
개수대에 설거지는 쌓여있다.
아침에 한 번 돌렸는데도 새롭게 쌓인 빨랫감이 그득하다.
그 모든 걸 미뤄두고 커피를 한 잔 탄다.
<나의 아저씨>에서 삶에 지친 지안이가 그랬던 것 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큰 유리잔에 믹스 두 봉을 털어넣고
훌훌 저어 마시는 시간.
너무 지쳐있는 순간이다.
집도 엉망이고
나도 엉망이다.
거울을 보면 떡대 좋은고 배도 잔뜩 나온 여자가
휑한 머리숱을 헝클인 채로 푸석대며 서 있다.
아름답고 단정했던 적이 없는 것 같은 서글픔이 잠시 온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거 같지만
실은 그 모든걸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집도 내 모습도 엉망인거라고,
뒤집어 생각하는 법을.
엉망진창 거실에서 햇살을 받으며
힘차게 다리는 버둥이며 놀고 있는 내 아기를 보며 드는 생각은
지금 내가 행복의 한 가운데에 앉아있다는 사실이다.
첫째를 키울 때는 정신없어 모르고 지나갔던 사실들이
둘째를 키울 때에는 눈에 보인다.
어설픈 건 여전하지만 조금은 느긋해졌달까.
다가가 아이를 품에 안으면, 새롭다.
내가 이렇게 토실한 허벅지를 다시 만져볼 수 있다니.
이렇게 힘차게 잘 먹는 아이에게 젖을 물려볼 수 있다니.
다시는 갖지 못할 순간인줄 알았는데 지금 내가 그 가운데 있다니.
이렇게 평화롭게 집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지금은 몸이 버거워 놓치고 있을 때가 많지만
분명 훗날 내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찬란한 순간을 꼽으라하면
지금, 이렇게 내 아가의 기저귀를 갈고
눈마주치면서 옹알이를 주고 받는 '지금'을
또렷하게 떠올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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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커피가 주는 15분의 마법이 끝났습니다.
다시 눈물 매달고 가끔 욕이 목구멍까지 치미는 육아로 풍덩 뛰어들러갑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