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은 늘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날이 좋은 날도 나쁜 날도 항상 오토 파일럿을 풀기 전에 하는 나만의 ‘’손가락 의식’’이 하나 있다. 아무도 모르게 슬쩍 오른손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 끝으로 TOGA (고 어라운드) 버튼을 문지른다.
“대형 민항기의 좋은 착륙은 미니멈 이하에서 일정한 강하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야!”
민항에 갓 들어와 에어버스 330의 부기장이던 시절에 어느 교관 기장님에게 처음 들었던 조언을 지금도 늘 착륙 전에 마음속으로 되뇐다.
어제 새벽 2시에 도착한 베트남 하노이의 날씨는 출발 전 부기장이 예상한 데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만 피트 아래로 내려와서야 레이더가 많이 늦게, 공항 상공에 지금 비구름이 지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했다.
“오늘 밤 내가 운이 좋은 조종사일까?”
통상 동남아에서는 야간에 내리는 소나기가 길어야 30분을 넘지 않는다.
다행히 우린 지난밤 운이 좋았다. 공항을 지나쳐 온 비구름이 접근 경로에 위치해 접근하는 내내 시야를 방해했지만 미니멈 이하에서는 적어도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
1000피트를 지나며 확인한 바람 방향은 좌측 90 도 측풍 30 나트였다. 우린 소나기의 정 중앙을 지나고 있었다.
“타워! 윈드 쳌 플리즈”
다행히 관제사가 불러준 활주로상의 바람은 45도 좌 측풍 5 나트였다.
급격히 바람이 줄어드는 윈드 쉬어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역시 순간순간 속도계의 트렌드 벡터가 기준속도 이하로 떨어지려는 것이 보일 때마다 강제로 쓰러스트 레버를 밀어 넣어 에너지를 증가시켰다.
의도적으로 오토 파일럿을 조금 늦게 풀었다. 센터라인 라이트가 없는 활주로에 소나기가 지나는 야간에 착륙하며 호기를 부릴 여유는 내게 없었다.
마음속으로 “스테디, 스테디”를 몇 번을 되뇌었을까?
라디오 알티미터의 자동 콜 아웃 소리가 들렸다. “피프티, 포오티, 써티......”
좌우 와이퍼가 빗속에서 사납게 팔을 휘젓고 있는 와중에도 다행히도 강하율은 일정하게 알맞은 간격이었다. 이러면 착륙은 나쁠 수 없다.
조금 뒤 스피드 브레이크가 ‘위이잉’ 소리를 내며 올라왔다.
미끄러운 활주로에서 의도치 않은 아쉽게도 부드러운 접지였다.
접지가 조금 더 거칠었으면 좋았을 지난밤 하노이에서의 착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