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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양이 Jun 27. 2024

10. 나의 35분

앉을까? 뛸까?


암스테르담에서 독일 마인츠로 가려면 쾰른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직행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택한 노선은 그랬다.

쾰른이라면, 고딕양식의 대성당을 보기 위해 매일 2만 명이 찾아온다는 바로 그 쾰른이다.

하지만 아마도 이번 생에 쾰른과 나의 인연은 기차역에 발을 딛는 것으로 끝나지 싶다.

대성당이야 뭐...영상으로 많이 볼 수 있으니까.


마인츠 행 기차를 갈아탈 때까지 약 35분의 시간이 있다.

그래서 슬슬 역 밖으로 나가보니


와아!

그림으로만 봤던, 나와는 인연이 없지 했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모두가 보고 싶어하는 그 쾰른 성당이 떡하니 내 눈앞에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보통 대성당이라면 시내 한복판, 시장이 열리고 축제가 벌어지는 광장에 있기 마련인데

기차역 옆에 있는 대성당이라니!

아니, 대성당 옆에 있는 기차역이라니!  

계획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순전히 운이 좋아서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을 보게 된 거다.

아쉬운 게 있다면

기차역 입구에서 보는 쾰른 대성당은 성당의 정면이 아니라 측면이었다.


좀 서둘러서 쾰른 대성당의 정문을 통과해 내부를 보고 올 것인가?

아직 시간이 조금 있는데

하지만 성당이 워낙 크니, 정문으로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지도 몰라.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성당의 옆구리만 보고 간다는 건 너무 바보짓이잖아!

하지만 짐가방도 있으니 미리 승강장에 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지.......


도전할 것이냐, 편안히 머물러 있을 것이냐!

초조할 것이냐, 여유를 부릴 것이냐!

경험을 얻을 것이냐, 안전을 확보할 것이냐!


이렇게 쌍쌍이 맞붙어 싸우느라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에필로그>

결국 쾰른 대성당의 옆구리만 보고 다시 승강장으로 올라간 나.

그런데, 성당의 옆구리일 망정 사진 한 장 못 찍을 이유는 없었잖아!

아마도 갈등의 후유증이 아니었을까...

기차가 도착하지 직전, 게시판에 비친 나의 셀카 한 장을 간신히 남긴 것으로

내 인생의 쾰른은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또야? 자꾸 이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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