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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양이 Jun 24. 2024

9. 아, 암스테르담

박물관, 갈까? 말까?


여기는 암스테르담


박물관에 가기로 마음먹자 살짝 흥분이 된다.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 진기한 볼거리들이 잔뜩 들어차 있으리라는 기대     


그러나 동시에 박물관에 가기로 마음먹자 사뭇 부담이 된다.

박물관은 늘 나에게 과했다. 볼 게 너무 많았고, 너무 넓었고, 반면에 나의 지식은 너무 얕았고,

시간은 너무 많이 걸렸고....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려고 애를 쓰다가도 결국은 건성건성 훑고 지나친 뒤,

박물관을 나와서는 불만과 자책과 피로와 기억상실에 시달리곤 했으니까.     

망설이느라 오전 시간이 거의 지났고, 예약을 안 했으니 못 가지 했다가

뜻밖에도 티켓팅에 성공하는 바람에 결국은 입장한다. 성공했다!


그 이름도 웅장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이다.

여기에는 해리포터의 모교인 ‘호그와트 마법학교’ 에나 있을 법한 (혹은 그 모델이 되었다는)

어마어마한 도서관이 있다. 다른 건 다 못 봐도 그 도서관만 보면 후회는 없으리라,

마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목표는 최저 수준으로 설정한다.     


입장하자 허기가 몰려온다.

올까, 말까, 심리적 갈등이 심했고

티켓팅 방식이 영 낯설어 헤맸고,

규모가 너무 거대하고 사람이 많아 입장하느라 진이 빠졌고,

어마어마한 박물관 관람을 앞두고 정신적, 체력적 준비가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점심 먹을 때가 지났다.     


카페에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요행히 좋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는다. 또 성공이다!

값은 암스테르담 물가 수준답게 비싸지만 햄버거는 맛있어서 천천히 그 만족감을 음미한다.

일이 잘 풀린다.     


체력과 정신력을 한껏 무장하고 슬슬 관람을 시작한다.

구조가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약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한두 시간, 까마득한 옛날의 유품부터 보기 시작해서 박물관에 적응했을 때쯤...

안내방송이 나온다. 뭐지? 주의사항? 특별전 안내? 설마 범죄나 테러, 그런 내용은 아니겠지?

전혀 알 수 없는 네덜란드어 방송이 끝나고, 영어방송이다.


잘못 들었나? 정말? 실화냐?

다시 들어보자....

내 귀를 의심해 봐야 소용없다.

15분 뒤에 박물관 문을 닫으니 모두 나가라는 말이다. 왜? 뭐 때문에?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하필이면 오늘?    

다 그렇다고 쳐! 난 아직 해피포터의 도서관을 못 봤다고!          

남은 시간은 15분     


밖에 나가면 널린 게 카페인데

국립박물관까지 들어와서 햄버거 하나 먹느라고 거의 두 시간을 허비했다는 게 어이없다.

성공적인 입장에 만족해서

폐관시간을 확인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어이없다 못해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 큰 박물관의 문을 찾아 나가는 데만도 족히 몇 분은 걸릴 텐데

지금까지 본 것은 이미 기억 속에서 지워졌고

그 해리포터가 나올 법한 도서관 하나 못 봤다는 사실에 환장하겠다.

아! 어떡하지?


<에필로그>

시간이 되자 박물관 곳곳에 등장, 관람객의 퇴장을 돕는 요원들(?)에게 다급히 묻는다.

"도서관이 어디 있어요?"

헉헉...

조금 더 달려가서 또 묻는다.

"도서관이 어디 있어요?"

"곧 박물관 문 닫을 건데?"

"알아요! 도서관이 어디 있나고요?"


이렇게 몇 번의 절차를 거쳐 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달린 결과

이 사진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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