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여행을 도와주고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여느 여행사와 다를 바 없는 한 여행사가 있다. 그러나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여행사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되는....... 이름하여 ‘두둥실 여행클럽’!
소정의 회비를 납부하고 여행을 의뢰한 고객은 여행사 매니저와 함께 자기의 사연과 목적에 꼭 맞춰 설계된 ‘맞춤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물론, 이들의 여정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 줄 리 없다. 우리 인생이 언제 그렇게 오차 없이 흘러가 준 적이 있는가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바로 그런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 빠지기 위해서가 아닐까?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여행을 떠난다는 바로 그것! 떠나고 경험한 자, 무엇을 얻어도 얻게 될 것이다.
한적한 주택가의 아침, 약속이나 한 듯 개들이 짖기 시작하더니 침대에서, 공원길에서, 주차장에서, 학교 앞에서, 사람들이 코를 벌름거렸다. 식욕을 건드림은 물론, 간밤에 상실한 감수성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냄새였다. 잠이 덜 깬 채, 우유에 푹 젖은 시리얼을 마지못해 우물거리고 있던 어느 아이는 이렇게 칭얼거렸다.
“엄마! 우리도 여행 가면 안 돼?”
이 아이는 동글동글한 모양의 빵들이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곳이 근처 여행사의 오븐 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한 판의 빵이 다 구워져 나오고 또 한 판의 과자들이 그 오븐 속으로 들어가는 참이었다. 마당에 화려한 파라솔과 텐트를 펼쳐 놓은 골목길 모퉁이의 그 집, 바로 ‘두둥실 여행클럽’의 오븐이었다.
임시로 여행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구아정은 매일 아침 오븐을 켜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정해진 종류나 조리법 같은 것도 없이 오로지 그날의 기분대로 풍족하게 구워진 빵과 과자의 냄새는 멀리서도 감지되는 그 여행사의 간판 같은 것이었다.
오븐의 열기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구아정이,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듯 방금 구운 빵의 귀퉁이를 조급하게 뜯어먹고는 감탄사를 신음처럼 내뱉는 순간, 어디선가 중후한 남자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혼자 먹기예요?”
화들짝 놀란 아정이 눈길을 돌리자, 카페인 듯, 가정집인 듯, 혹은 사무실인 듯 애매한 분위기의 여행사 한구석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남자가 있었다. 커다란 몸집에 긴 머리, 게다가 긴 수염까지, 도인의 행색이었다. 상황을 알아차린 아정이 거침없는 반말로 물었다.
“시욱, 있었어?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네, 명상을 좀 하느라.....”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
“아, 그래?.... 그런데 소파의 침 얼룩은 닦아 놔!”
“.......”
그는 아마도 간밤을 여행사의 소파에서 지낸 듯했는데, 자주 있는 일이라서 대수로울 것은 없었다. 때마침 긴 뱃고동 소리의 초인종이 울리자 남자가 한 손으로 얼굴의 침을 문대며 현관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역시나 왕왕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시원하게 외쳤다.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두둥실 여행클럽, 저는 여행 매니저 한시욱입니다.”
문 밖에는 어딘가 찌들고 주눅 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여, 여기가....... 여행사죠?”
“그렇다니까요.”
그 순간 위잉 하고 날아드는 파리를, 손님은 손목을 까닥 움직여 잡아챘고 이어서 또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그 여행사 맞죠?”
얼른 간파하기 힘들다는 점이 그 손님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내뿜는 기운은 흐릿하고 목소리는 비실비실했으며 입고 있는 명품 로고의 셔츠는 남의 옷처럼 따로 돌았다. 그렇다고 딱히 불우하거나 빈곤해 보인다기보다는, 그저 적당한 자기 자리를 정하지 못해 남들이 다 앉고 한 자리가 남기만을 기다리는, 패기 없는 신입사원 같은 느낌의.
그러다가 따뜻한 빵 한 조각을 집어 먹은 뒤, 손님의 몸과 마음은 노곤하게 풀어지는 것 같았다. 아마도 온천욕 뒤에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드러누운 사람의 기분과 비슷한 것이었으리라.......
이제부터 구아정의 상담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으신지....... 들어볼 수 있나요?”
아정의 질문에 한동안 대답을 않던 손님은, 한번 입을 열자 술술 말을 풀어냈다, 내 입에서 이렇게 말이 잘 나오다니 마술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진태우, 스물일곱 살....... 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름, 나이, 가족관계, 성격...... 이런 거 다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