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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떼엉 Jul 24. 2023

마음의 외상

더 이상 상처로 곯기 전에



감정이 터지는

그런 날이 있죠


마음을 꽁꽁 싸매고 있다가 그간 참아왔던 감정들이더러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죠. 아마 그런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서 본  '안전지대 밖에서 생기는 사고는 외상과 가깝다'라는 얘기를 하다가, 그만 눈물을 훔치고 말았어요. 나는 아직도 힘들었던 때가 가끔씩 떠오르고, 간혹 가다 억울함 같은 비슷한 감정들이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어요.


상황이 허락되지 않아 미안하게 됐다는 말에 괜찮습니다, 하고 왈칵 나오는 눈물을 삼킨 채 화장실로 들어가 숨죽이고 울었던 때가요. 미안, 할 만한 일이었을까요. 상황 탓이 아니라 제 능력 부족인 것 같다는 생각에 그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전지대를 만들지 못한 내 잘못인 걸까, 아니면 안전지대가 구축되지 않은 이 환경과 사회가 잘못된 걸까. 안전지대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외상은 마치 예방 따위 없는 출혈 사태일 텐데.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나 범절이 안전지대에서만 허용되는 규칙인지에 대해서도요.


한참을 얘기하다가, 바깥을 보니 아직 초겨울인데 햇살은 따뜻했어요. 먹다 남은 빵 부스러기 사이로 햇빛이 살짝 비치더군요. 따뜻한 햇살에, 걱정 어린 언니의 눈빛에 그간 축축했던 마음 한구석에 볕을 쬐는 기분이었어요.


힘들었지? 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성격은 아니지만, 또 제가 그런걸 바라진 않는 것 같아요. 그 대신 눈빛으로, 다른 행동들로 뜻밖의 위안을 주곤하는데요. 어쩌면 그런 위로들이 더 이상 외상이 깊은 상처로 곯기 전에 정서적 안전지대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토요일의 밤입니다. 저녁 늦게까지 커피를 마시면서신나게 떠들은 탓인지 잠이 오질 않네요. 주말엔 오래간만에 날씨가 조금 풀렸더라구요. 바람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위안을 받고, 마음에 볕을 말리는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효창동, 우스블랑



자리 없이 일어나는

경험, 외상


경험이란 보는 자 혹은 체험하는 자로서의 우리의 안전한자리가 확보되었을 때에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자리 없이 일어나는 경험을 부르는 이름이 ‘외상’이다.

<권여선, 안녕 주정뱅이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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