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떼엉 Feb 13. 2022

사람 간의 연정이란 게

친절에 값이 드는 건 아니지만


길거리 타인과

주고받는 정


자주 가는 우동집에서 냉우동을 먹고 살짝 모자란 느낌이 들어, 계산을 하면서 ‘맛있는데, 살짝 배고픈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에 오실 때는 따뜻한 국물 있는 우동으로 드시면 훨씬 나을 거예요', 라는 가게 주인분의 세심한 배려가 인상 깊었다.


동네 편의점에선 맥주 한 캔을 계산하는 중에, 4개에 만원 할인으로 사는 게 어떠냐고 자기가 대신 내주고 싶을 정도라며 편의점 아줌마는 아쉬워하셨다.덤으로 그 맥주는 시원한 얼음컵에 마셔야 한다는, 재치와 넉담 이후로 그곳 편의점 단골이 되어 버렸다.


어느 더운 날엔 약국이 즐비한, 종로 5가의 한 약국에 들러 약 값을 계산하고 있었다. 할머니 약사분이 봉투를 가리키시며, ‘거기 찬 거 넣어놨어요.’ 하셨는데 순간 찬 게 뭐지 하면서 ‘네? 찬 거요?’ 했더니. ‘거기 차가운 음료수, 시원하게 들이키시라고’ 라며 박카스를 넣어 두신 게 아니었던가.


김밥집에서는 오뎅 국물이 따로 나오지 않아, 김밥만 먹고 계산하고 있었다. ‘아니 국물 없이 드신 거예요? 저기 오뎅 국물은 셀프인데.. 못 보셨구나..!’라는 점원분의 말에 ‘아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그 말에, ‘목 막혔겠네요. 저희 국물이 얼마나 맛있는데! 잠깐 맛이라도 봐요’라는 친절에 헐레벌떡 오뎅 국물을 모두 마시고 나왔다.

 

멀미나 머리 아플 때 마시라는 따뜻한 메모


우리는 이렇게 길거리에서 의도치 않게, 나와는 무관해 보이는 타인과 정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를 맺어간다. 문득 이런 타인에게 받은 친절에 보답하고 싶어, 길거리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에 사소하게 개입하는 걸 좋아한다. 아이를 돌보느라 씽씽카를 놓쳐버린 아줌마에게 다시 가져다주는가 하면, 서울역 지하철에서 길을 물어보시는 할아버지께 ‘여긴 출구가 복잡해서, 저도 자주 헷갈린다’며 말동무를 하면서 역까지 동행해드렸다. 추운 날, 버스 정류장에서 핸드폰을 빌렸던 아이가 옷을 여매고 있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지퍼를 올려주었다.


종종 서비스 업에서 받는 친절에는, 우리가 지불한 가격이 포함되어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종업원의 태도 또한 서비스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연한 친절과 배려는 없듯이, 값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의무나 강요가 될 수 없는 것 같다. 타인의 친절은 엄연히 마음과 신경을 '써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애써 내어 주는 친절은 타당하기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차원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효창공원 <히카리 우동>

타인의 당연한

친절과 배려는 없다




문체적 삶, 방떼엉 

/@vingt_et_un____

@soyeongb1@gmail.com

이전 02화 삶이 소설처럼 느껴질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