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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떼엉 Jun 06. 2022

삶이 소설처럼 느껴질 때

문학이 흐르지 않으면 이상할 법한 동네 


나만 이 동네

소설처럼 느껴져?


전에 살고 있던 동네 청파동과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인 효창동이 유독 소설 풍경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청파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익숙한 동네가 나와 반갑기도 하고, 이 동네가 나만 소설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지?라고 공감했던 것 같다.


집에 갈 때 항상 지나가는 동네 조그만 슈퍼마켓이 있는데,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슈퍼 주인과 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집 근처 대로변에 공용 화장실이 있어서인지 택시 기사님들과 버스 기사님들이 주로 길목에 정차를 하는데, 여기서 쉬고 계시는 걸 자주 목격한다. 뭔가 이런 모습들이 마치 소설 속 장면처럼 느껴지곤 한다. 매일 슈퍼마켓 앞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같이 고정적인 배경을 주변으로 빈번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느껴진달까.


사실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보지도 않은 타인의 삶은 가끔 소설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일반 사회 과학 부류 책이 의견과 반증에 의거한다면, 소설은 타인의 감정과 서사에 입각한 가공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모습이 해당 인물에 투영될 수 있으나,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옮긴 것이니 소설은 ‘타자 중심'으로 줄거리를 풀어간다.


매번 자주 지나가는 슈퍼 앞 사람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 아저씨들이 슈퍼 앞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택시 기사 아저씨는 왜 끼니를 바나나로 때우시는 거지?’와 같이, 각자의 삶 속에 담긴 사정과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소설의 첫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닌 타자의 시선과 감정에서 바라본 세상과, 그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향한 궁금증.


@효창동 <교호 커피>

비닐봉지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할 때


숙대입구에서 집까지, 버스 배차 간격이 10분 길면은 30분까지 기다리는데 그때 생긴 습관 중 하나가 사람들 구경이다. 대학가여서 대학생들, 직장인들이 자주 보이는데 퇴근 시간대에는 다들 봉지 하나씩 들고 가는 걸 볼 수 있다. 자취촌이라 서브웨이 샌드위치, 떡볶이 같이 간단한 메뉴를 사서 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럴 때 가끔 사람들이 어떤 메뉴를 사 가는지 비닐봉지를 유심히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재료가 담겨있는지 가끔 생각한다. 소설의 첫 시작, ‘숙대에 사는 A양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에는 오늘도 떡볶이가 담겨있고... 늘 퇴근길에는 떡볶이를...’


어떤 한 아저씨가 숙대 근처 피자 가게 앞에서 메뉴판을 유심히 보면서 서있었는데, 속으로 ‘저 아저씨는 고구마 피자 먹을까, 페퍼로니 먹을까 아니면 나중에 먹을 메뉴를 고민하는 걸 거야’ 상상도 해본다. 이렇듯 타인의 시시콜콜한 사정, 개개인의 세세한 에피소드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어쩌면 소설을 풀어나가는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늘 지나쳤던 거리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새로운 장소가 되듯, 타인의 경험을 통해 재해석되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효창동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재해석되는 경험 




문체적 삶, 방떼엉 

/@vingt_et_un____

@soyeongb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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