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vs 슈타펠 vs 법정 인상
지난번에 독일의 교환 주택(Tauschwohnung)에 대한 글에서 독일의 월세 설정 방식에 대해 살짝 언급했었더랬다.
독일 대도시의 경우에는 월세 상승이 꾸준히 이루어져 비싸다. 그래서 보다 저렴한 과거의 월세 계약을 가진 임차인들끼리 서로 집을 교환함으로써 저렴한 거래 계약을 유지하는 거래 방식이 Tsuschwohnung이다. 물론 집주인이 이를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 제안은 활발하나 실제로 계약까지 이루어지는 사례는 전체 임대 시장에서 수치적으로 봤을 때는 아직 미약하다고 한다.
어찌 됐든 독일에서 집을 임대하다 보면 “월세는 어떻게 올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보통 계약 갱신 시점에 협의하는 방식이 익숙하지만, 독일은 조금 다르다. 법적으로 정해진 인상 방식이 몇 가지 존재하고, 계약서에서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구조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방식은 세 가지다. 스타펠 미테, 인덱스 미테, 그리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법정 인상 방식이다.
스타펠 미테(Staffelmiete)는 말 그대로 ‘계단식 월세’다. 계약을 맺는 시점에 이미 향후 인상 금액을 정해 둔다. 예를 들어 1년 후 얼마, 2년 후 얼마 식으로 유로 금액을 미리 기재해 둔다. 자동으로 인상되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물가가 어떻게 변하든, 계약서에 적힌 금액 이상으로는 올릴 수 없다. 최근 다른 집 광고 올라온 거 보니까 슈타펠미테(Staffelmiete)라고 해서 물가 지수 연동이 아니라 계단식(Staffel) 월세 상승을 박아놓은 것도 봤다. 이 경우에는 예를 들어, 고정적으로 년간 50유로씩 월세가 오를 것이라고 미리 계약서 상에 적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인덱스 미테(Indexmiete)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되는 방식이다. 독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지수에 따라 월세가 조정된다. 물가가 오르면 그 비율만큼 올릴 수 있고, 물가가 내리면 이론적으로는 내려갈 수도 있다. 비교임대료(Mietspiegel)를 따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절차는 비교적 명확하다. 대신 1년에 한 번만 조정할 수 있고,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는 인상할 수 없다.
그리고 계약서에서 이 두 가지를 선택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법정 인상 방식(§558 BGB)이다. 이 경우 집주인은 지역 비교임대료를 근거로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마지막 인상 후 최소 12개월이 지나야 하고, 지역 상한(뮌헨의 경우 통상 3년 15%)을 넘을 수 없다. 자동 인상이 아니라, 통지와 동의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제도가 하나 더 있다. 미트프라이스브렘제(Mietpreisbremse), 즉 임대료 상한제다. 신규 임대 시 지역 평균 임대료의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다만 예외가 있다. 2014년 10월 1일 이후 최초 사용/최초 임대된 신축은 이 상한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신규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한 장치다. 우리 아파트도 2022년에 준공된 신축이라 신규 계약 시 미트프라이스브렘제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첫 세입자와 임대 계약을 맺을 때 인덱스 미테를 선택했었다. 물가 연동 구조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세입자가 3년 반을 거주하는 동안, 우리는 한 번도 월세를 인상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가능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으면서도 같은 고민을 했다. 인덱스를 다시 선택할지, 스타펠로 갈지.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자동 인상 구조를 두지 않고, 기본적인 법정 인상 방식만 체크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번 세입자에게도 거주 기간 동안 월세를 추가로 올릴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인상 조항을 강하게 설계하는 것보다, 계약의 안정성과 관계의 지속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법적으로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되,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는 만들지 않는 선택이었다.
독일의 임대차 제도는 굉장히 정교하다. 조항 하나, 체크박스 하나에 따라 향후 수년의 구조가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 계약이라는 것은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법적 틀은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운영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