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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s Sep 26. 2023

초등학생, 학령기 자녀와 독일에 온다면

독일 바이에른주, 초등 2학년 이후 입독 가정 예외 조항

내가 독일 국제학교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받던 우리 아이들을 초등 중학년 때 다시 새롭게 독일어를 위해 독일 로컬 학교로 전학시키는 중차대한 결정을 할 때 가장 큰 용기를 줬던 것은 바로 바이에른주 김나지움 입학 예외 조항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조항이 없었더라도, 아이들이 예상보다 잘해줘서 좋은 성적으로 김나지움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소개할 예외 조항과 같은 안전장치가 없었더라면 여러 기회비용을 담보로 하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독일 학교 시스템


독일은 16개의 주(Bundesland)가 있다. 미국처럼 주별로 교육 시스템이 정말 다르다. 상급학교를 결정하는 시기, 상급학교 입학을 위한 성적 기준, 독일의 수능인 아비투어(Abitur) 조차도 과목 수, 문제 등이 주별로 다 다르다. 성적 기준이 높고,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든 주에 사는 학부모들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것도 독일의 고질적인 교육 이슈였지만 여전히 통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러하니 내가 독일의 작은 학교에서 경험했던 교육적 이슈를 마치 독일 전체가 다 그러한 것 마냥 결코 떠들어댈 수는 없다. 그러니 나의 포스팅을 비롯해 독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자신만의 경험에 대한 글이나 말을 접했을 때 이러한 현실을 잘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에서 초등학교인 그룬트슐레(Grundschule) 이후에 진학하게 되는 상급학교는 보통 김나지움(Gymnasium), 레알슐레(Realschule), 게잠트 슐레(Gesamtschule : 김나지움과 레알슐레가 함께 섞여 있는 상태), 하우프 슐레(Haupschule) 또는 미텔슐레(Mittelschule)로 나뉘어 있다. 베를린과 같은 몇몇 주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상급학교로 진학(Übertritt)하게 된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시기뿐만 아니라 방법, 조건 등도 각기 주(Bundesland) 별로 다르다.



Baden-Württemberg, Bayern, Sachsen oder Thüringen : 주 별로 다르지만 보통 독일어, 수학 성적의 평균이 보통 2점에서 2.5점 사이어야 가능하다. 특히 바이에른주의 경우에는 독일어, 수학, 사회과학 과목 평균 점수가 2.33 이상이 되어야만 김나지움 진학을 위한 교사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


이 외의 연방주 : 교사 추천서(Grundschulempfehlung)는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행 평가나 수업 태도 등 여러 가지 면이 반영되어 이루어진다. '성적과는 상관없이' 학부모가 원할 경우 김나지움에 진학할 수도 있다.


시범수업 (Probezeit) : 바이에른, 브란덴부르크, 튀링겐의 부모가 초등학교 추천에 반대하여 자녀를 다른 유형의 학교에 보내려는 경우 자녀를 중등학교에서 시범 수업에 등록할 수 있다. 그런 다음 2~3일 동안 원하는 유형의 학교에 다니고 테스트를 받는다. 요건을 충족하면 학교 유형에 입학할 수 있지만, 이것이 통과되지 않으면 초등학교 권장 사항이 계속 적용된다. 다른 연방주에서도 특정 평균 성적이 중등학교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입학시험을 보거나 시험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아래 그림에서 각 주별로 상급학교 진학 시 요구되는 조건과 교사 추천서 등의 서로 다른 진학 기준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주 (Bayern)

다른 주에 비해 바이에른 주는 전통적으로 학업량이 많고,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바이에른 주는 무조건 성적에 따라 엄격하게 나눈다. 게다가 초등 4학년의 경우에는 유급(Wiederholung)을 해주지 않는다. 김나지움에 가기를 원하지만, 성적이 낮은 학생은 4학년 때 유급을 해서라도 성적을 올려서 추후에 김나지움에 진학하기를 원하기도 하는데, 바이에른 주에서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4학년이 아닌 1-3학년 중 유급은 가능하며, 초등 2학년 이후에 뒤늦게 독일 학교에 들어온 외국 아이의 경우에는 만 12세 이전까지는 4학년 유급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 같은 이민자는?
(Willkommen Klasse, Deutsch Klasse, Intensive Klasse, Übergang Klasse)

초등 2학년 이후에 입독을 한 외국인 학생의 경우에는 외국인을 위한 독일어 기초 수업을 별도로 해주는 보충반이 있다. 지역별로 1-3개 학교 정도에 배치되어 있는데, 소도시에는 보통 없기도 하다. 그런 경우에는 그냥 정규반에 곧바로 들어가서 배우는 방법, 또는 멀더라도 차량으로 이동해서 특별반이 있는 학교에 Guest Student로 다니다가 다시 동네에 있는 학교로 전학하는 방법이 있다.



초등 5학년 입독 사례

아이 나이가 초등 5학년 상급학교에 진학할 시점에 입독을 하게 되는 경우 종종 학부모들은 초등 4학년으로 한 학년을 낮추어 들어가서 1년 독일어를 더 배우고 김나지움에 입학하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바이에른 주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이 경우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독어 보충반이 있는 상급학교를 슐암트에 문의하여 찾아 보내야 하고, 우선 1년간 독일어 기초를 배운 후에 성적과 학업 성취 등을 교사가 판단하여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우프슐레 등으로 다시 배정받고 전학을 하게 된다.


내가 사는 지역 바이에른 주의 시골마을에는 독어 보충반이 있는 학교는 하우프슐레뿐이다. 게잠트 슐레에 보통 이런 반이 있는데, 이 지역에는 게잠트 슐레 자체가 없고(옆동네 다른 주에는 있음), 심지어 레알슐레에도 보충반이 없다. 뮌헨 같은 대도시에나 가야 그런 보충반이 있는 김나지움을 한 두 개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학령기 아이들을 데리고 독일 바이에른 주에 속한 지역으로 입독을 할 경우에는 연령대가 참 중요하다.


초등 4학년 입독 사례


바이에른 주에 초등 4학년 아이가 전학을 오고자 하는 경우, 보충반이 있는 초등학교가 있다면 그 반으로 우선 들어가서 독일어 기초를 배우고 중간에 4학년 정규반으로 옮겨 상급학교를 갈 준비를 하게 된다. 상급학교로의 결정은 성적이 보통 3학년부터 4학년 1학기 성적까지로 결정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시기상 정규반 노테(성적)가 없어서 김나지움으로의 입학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다만, 부모와 학생의 의지가 강할 경우, 교장 선생님과 보충반 선생님과의 상담 후, 아이가 성적이 월등히 좋다면, (보통은 1년을 배우지만 빠르면 3개월 만에도 정규반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 때는 초등 3학년으로 한 학년을 낮춰서 보내주기도 한다.


설사 당장 김나지움으로 진학하지 않고 레알슐레로 가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김나지움으로 옮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독일어 선생님과 대화해 본 결과, 실제로 레알슐레에서 추후 김나지움으로 전학하는 것은 김나지움의 자리가 나지 않는 한 쉽지는 않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김나지움을 원할 경우에는 곧바로 진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참고로, 마찬가지로 Mittelschule에서 Realschule로의 전학도 5학년 1년간의 성적에 따라 가능하다.



바이에른주 상급학교 진학 규정 (Übertritt) 예외조항

** 바이에른 주에는 부모가 독일인이 아니고,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니며, 독일 공립 초등학교 2학년 이후에 들어온 학생들 (즉 독일 공립학교에서 1학년을 보내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노테 성적 평균 3,33 이상이 될 경우에 김나지움에 갈 수 있는 특별 조항을 명시해두고 있다. **


아래 * 표시가 된 부분을 보면, 독일 초등학교 1학년을 이수하지 않고, 2학년 이후에 그룬트슐레로 입학한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 학생의 경우, 독일어(Deutsch), 수학(Mathematik), 사회과학(HSU) 이 3가지 과목의 평균이 3,33이 될 경우에는 학생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고려하여 김나지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쓰여있다.


이 조항은 우리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주는 최고의 비빌언덕이 되어주었다. 아이가 학령기이고, 특히 초등 고학년이라서 걱정이 많은 이민 예정 가정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닐까 싶어서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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