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신경병증과 손발 증후군
말초신경병증은 항암제가 몸 안에 들어간 후 내가 가장 먼저 느꼈던 부작용이었으며,
가장 불편하고 계속 지속되고 있는 부작용이다.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를 제외한 전신의 신경들을 의미한다. 이 신경들이 손상되면 감각, 운동, 자율신경 기능에 영향을 주어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뉘는데, 척수 이후로 몸통, 팔, 다리로 퍼지는 신경가지를 말초신경이라고 부른다. 이 말초신경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손상을 받게 될 경우 말초신경병증이라고 한다.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은 항암치료 중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특히 백금계 항암제(예: 시스플라틴, 옥살리플라틴), 탁센계 약물(예: 파클리탁셀, 도세탁셀),
빈카 알칼로이드(예: 빈크리스틴) 등을 사용할 때 자주 발생한다.
이 증상은 독성이 강한 항암제가 손과 발 등의 *신경 축삭의 수초를 손상해 발생하며 항암 화학요법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항암제 투여 1달 후 암 환자의 68.0%가 말초신경병증을 겪게 되며, 암 생존자의 40%는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증상을 경험하거나 심한 경우 불가역적인 후유증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축삭(axon)이란?
축삭은 신경세포에서 신호를 빠르게 멀리 전달하는 전선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축삭은 말단에서 다른 뉴런이나 근육, 샘 등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축삭에 문제가 생기면?
신호 전달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전달이 안 돼서
저림, 감각 이상, 근육 약화, 통증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수초(myelin sheath)는?
축삭을 절연체처럼 감싸는 보호막이다. 신호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도와주며
수초가 손상되면 전기 신호가 새거나 느려져서 신경전달 장애가 생긴다.
축삭 = 신호를 보내는 길
수초 = 그 길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절연코팅
나도 탁센계 약물인 파클리탁셀 항암제를 맞고 있어서 말초신경병증이 발생되었다.
말초신경병증은 손과 발부터 시작해서 점점 위로 퍼지는 경향이 있으며,
대표적인 증상은 아래와 같다.
저림 또는 화끈거림 (타는 듯한 느낌)
찌릿찌릿하거나 전기가 통하는 느낌
감각 저하 또는 무딤
근력 약화 (심하면 물건을 놓치거나 걸을 때 발이 끌림)
균형 장애
온도 감각 변화 (특히 차가운 것에 예민해짐)
통증 (만성적으로 계속될 수 있음)
지난 화에서도 잠깐 기재했듯이 나의 경우도 항암제 영향으로
말초 감각신경과 운동 신경이 손상되어, 손끝, 발끝이 저리고 화끈해지며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
손아귀에 힘이 없어지고 저릿저릿한 느낌, 걸을 때는 발바닥과 다리가 내 살이 아닌 느낌이 있다.
1차 항암제를 맞고 나서 다리가 계속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을 받아
이러다가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후 2차 항암 이후부터는 말초신경병증 약과 진통제를 별도 처방받아서 매일 복용하여 먹고 있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는 시간이 좀 늦어져 약을 먹는 시간이 지연되면,
손과 발에서 전신으로 오는 것이 느껴져 최대한 빨리 아침을 먹고, 약을 먹는다.
말초신경병증의 진행 경과는 대부분 누적용량에 따라 심해지며, 항암제 투여 중단 후에도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일부는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항암환자들의 후기를 보니 말초신경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발가락에서 시작해 발목 까지 아예 움직이지 못하시는 분들, 걸음걸이도 힘들고 부자연스러워
지팡이나 보행기를 구매했다는 환우분들도 많았다.
말초신경병증의 대처 방법으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나와있다.
목욕, 세수할 때 물온도를 잘 확인하고, 뜨거운 물에 화상 입지 않도록 주의하기
감각이 둔해 지므로, 뾰족한 물건, 뜨거운 물건 만질 때 상처 나거나 화상 입지 않도록 주의하기
추위와 찬온도에 노출되면 증상이 심해지므로 외출할 때 따뜻하게 입기(겨울에는 특히 주의)
상처 예방을 위해 부드럽고 발목이 느슨한 양말 신기
일상생활 중 감각 및 운동 기능 저하에 의한 안전사고 발생 주의 하기(운전, 계단 오르기)
균형 유지를 위한 보조기구 사용
운동화 착용, 낙상 예방 조치
항암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은 예방을 할 수도 없고, 증상완화만이 치료 방법이라고 하니 두려워졌다.
항암 후 손과 발의 감각이 없어지며 너무 불편하여 스트레칭을 하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했으며, 발마사지와 손마사지도 계속했다.
하지만 발과 손에 직접 마찰을 주며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2차 항암 이후에는 발이 저리고 따끔한 증상에 추가 증상이 나타났다.
점차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간지러워지더니 빨갛게 변하면서 통증까지 올라왔다.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에 통증이 찾아왔지만, 가만히 있자니 다리가 굳어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도 불편함을 피할 수 없었다.
증상을 찾아보니 '손발 증후군(Hand Foot Syndrome)'과 일치했다.
의학적으로는 손발바닥 홍반성 감각둔감 증후군(palmar-plantar erythrodyesthesia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은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손바닥과 발바닥의 이상감각으로 시작해 며칠 후 통증과 함께 홍반, 부종으로 발전한다. 약물 투여가 계속되면 피부 손상, 심하면 피부 벗겨짐, 물집, 2차 감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원인은 일부 항암제가 손과 발의 피부 세포나 작은 혈관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암 약물이 혈관 밖으로 나오면서 주변 조직을 손상시켜 붉어짐, 부종, 통증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다행히 내 경우는 가벼운 수준의 손발 증후군이었다.
발이 계속 뜨겁고 화끈거렸으며, 발바닥 피부가 두꺼워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심한 가려움증이 있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손톱으로 긁었지만, 긁을수록 통증과 가려움은 더 심해졌다.
이대로 계속 긁다가는 발바닥에 상처가 날 것 같아 최대한 참으려 했지만, 제대로 서 있거나 편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이 상태가 더 심해지면 걷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응급 처치로 찬물에 발을 담가 열을 식혔다. 하지만 계속 물에 담가둘 수는 없었고,
오히려 발이 너무 건조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얼굴용 마스크팩을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한 다음 발바닥에 붙여 열을 식히면서 수분을 공급했더니 조금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이틀 정도 지나자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언제 다시 증상이 심해질지 몰라 여전히 불안하다.
손발 증후군은 보통 항암제 투여 후 6주 동안 더 악화되며, 화학요법의 경우 2~3개월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3개월 후에 나타나는 것이면 6월 중순이면 나타날 때가 되었다는 것인데... 무섭다)
손발 증후군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뜨거운 물을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나 목욕하기
하루에 여러 번 손발을 찬물에 15~20분간 담그기 (단, 얼음을 직접 피부에 대는 것은 피해야 함)
사우나나 직사광선과 같은 열원 피하기
항암 치료 후 6주 동안은 조깅이나 에어로빅 같은 격렬한 운동 삼가기
유해 화학물질과의 접촉 피하기
고무장갑 사용 시 안에 면장갑 착용하기
손에 압력을 가하는 도구 사용 자제하기
로션을 문지르지 말고 부드럽게 바르기
헐렁하고 통풍이 잘 되는 신발 신기
맨발로 다니지 말고 부드러운 슬리퍼와 두꺼운 양말 사용하기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생활했던 일상에서도 단서조항들이 붙으면서
추가 수행해야 될 단계들이 더 생겼다.
그래도 부작용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 싫어서 웬만하면 체크해 두고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항암 차수가 누적될수록 부작용도 함께 누적되고 강화된다.
생겼던 부작용이 없어질 수는 없다. 증상이 약간 완화되긴 하더라도...
이렇게 익숙해지는 것일까?
원래 느꼈던 정상 감각이 어떤 느낌인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에 없던 부작용이 항암을 지속하다가 보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항암이 끝나면 부작용들은 없어진다고 하지만, 신경 손상은 되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여러 감각들이 되돌아오지 않는 것에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4기 암환자들은 대부분 항암 치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항암으로 암이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계속 이렇게 심한 부작용들을 감수하며 항암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항암 부작용의 여러 증상은 참고 견디면서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적절한 관리와 주의를 통해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아본다.
다음 화에는 위장관련 항암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