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

by 코스모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한 언어발달센터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만 26명이고, 가해자가 2명이었다.

심지어 집과 가까워서 둘째도 여기서 언어치료를 꽤 오래 받았었다.

뉴스를 보고 손이 떨려왔다. 뉴스를 보자마자 기자님께 메일로 연락을 드렸다.

최근 어린이집 장애아 학대 사건의 피해자이고, 해당 언어발달센터를 다니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아이에게 여기에서 또 더한 일이 생긴다면 더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가해자 2명은 우리 아이가 듣지 않았던 감통 수업의 선생님이라고 알려주셨다.


가까운 곳에서의 사건이라 내가 다니는 정신과에 피해자가 다닌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고, 내 심리상담사님의 내담자 중 이 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학대를 당한 아이가 26명이라니.. 그것도 발달이 느리고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 나처럼 지옥에 살고 있는 부모들이 주변이 이렇게 많다니.. 이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명을, 여러차레 괴롭힌 그 괴물들은 바로 구속이 되었다.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또 생겼다는 것이 절망적이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학대 사건은 얼마나 더 많을까.. 힘없이 당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그 여리고 천사같은 아이들에게 왜 그런짓을 하는 걸까.. 인간의 악날함은 어디까지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은 이런 아이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걸까.. 나의 무력함에도 화가 났다.


검찰에서는 A는 징역 15년, B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얼마 후 판사는 A는 징역 4년, B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했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원래 이렇게 갭이 큰거였나.. 현재는 CCTV에 누락된 것이 밝혀져 재수사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제까지 아동 학대 사건의 최장의 선고가 징역 3년이라고 한다. 겨우 3년... 그래서 이번 발달센터의 선고는 앞의 결과들을 참작했을 때 3년의 기록을 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앞으로 살아갈 몇십년이 고통일텐데 겨우 3, 4년이 말이 되는 걸까. 적당한 벌을 받고 다시 사회에 나와서 또 비슷한 짓을 하고 살텐데.. 반성을 할 인간들이었다면 그런 짓을 애초에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민사 재판에서의 판결은 많아야 2, 3000만원의 피해 보상이라고 한다. 그것도 적정한 보상금을 제시하지 않고 많이 청구하면 오히려 우리가 가해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 뭐 이런게 법인가, 이 나라는 얼마나 후진 나라인가.. 한 가족이 무너지는 일에, 가해자들은 적당히 처벌받고, 적당히 보상하면 되는 걸까. 이미 내 삶은 살해당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법은 한없이 가볍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만 괴롭힌 가해자 2명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기 싫지만 현실적으로 발달센터의 사건보다 훨씬 가벼운 선고를 받을 것이다. 재판 전에 그런 판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막상 그런 결과가 나오면 나는 또 한번 무너질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이유이다. 비록 현실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수준이지만 그렇게 해야 무너져도 언젠가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일어설 수 있긴 할까..가슴에 남겨진 화는 나를 얼마나 괴롭힐지 벌써 두렵다.

언제쯤 잠 같은 잠을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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