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으려는 이유가 뭔가요?
첫 상담날이 다가왔다. 그 사이 보건복지센터에서 알림 문자가 두 번 왔다. 상담날에 확실히 올 것인지를 알려달라는 문자가 한 번, 내일 상담이 있으니 잊지 말라는 문자가 한 번. 시간을 들여 내담자와 상담 준비를 하고 첫 상담 일정을 잡았는데 시작부터 어긋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니 그만큼 정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 정성에 부합하고자 나도 성실하게 상담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상담센터가 위치한 곳은 같은 지역구지만 평소에 별로 가지 않던 곳이라 익숙한 곳이 아니었다. 앱을 켜서 최적경로를 확인하고 가는 시간을 계산했지만 하필 비가 오고 있었다. 잘하면 세이브로 도착하거나 아니면 조금 늦을 것 같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센터에 담당 선생님 직통 번호로 전화를 걸어 죄송하지만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첫 상담부터 연락도 없이 지각하면서 관계를 맺기는 싫어서였다. 다행히 길이 별로 막히지 않아 5분 정도 전에 도착했다.
첫 상담이 시작되고 상담 진행에 대한 설명과 서류 작성, 녹취에 대한 동의 등을 진행했다. 상담가가 다른 상담가와 사례논의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있고(슈퍼비전이라고 함) 이에 상담 내용을 녹취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상담 종결 후 또는 상담 중에 민원을 제기하는 내담자도 있어서 그럴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용도로도 쓰인다고 했다.
물론 영원히 보관하는 건 아니고 종결 후 3개월이 지나면 폐기한다고 했다. 아마 예전 같으면 내 상담 내용이 녹취가 되고 누군가에게 공유가 된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렸을 것인데 이제는 그런 마음을 접어버렸다. 내가 필요에 의해 상담을 받으러 왔고 무료라는 혜택을 누리는 만큼 내 정보를 제공해줘야 하니 기브 앤 테이크라는 점에서 수긍하고 넘어갔다.
서류 작업이 끝나고 상담을 시작하려나보다 했는데 한 단계가 더 있었다. 이건 생각하지 못했는데, 바로 상담가의 자기소개였다. 오, 이런 것도 순서에 있을 줄이야. 본인의 총 상담 경력과 지금 센터에서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를 알려줬다. 더불어 포털 사이트에서 본인 이름을 한번 검색해 보시라는 거였다. 음? 지금요? 조금 당황한 나는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검색하니 동명이인으로 여러 사람이 나왔고 그중에서 상담가를 찾았다. 거기서 본인에 대한 학력과 경력 등 정보를 확인해 보라는 거였다.
엥, 왜 갑자기 이런 걸? 했는데 생각해 보니 워낙 상담 쪽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학위나 공인된 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 등을 따놓고 상당히 전문적인 척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클릭해 보니 학위와 이전 경력 등이 쭉 나왔고 포털에 검색되는 상담가니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길 원했던 의도대로 아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첫 상담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되고 본격 상담에 들어갔다. 미리 사전 접수 때 내가 작성한 상담 의뢰서와 의뢰서 접수 후 센터에서 전화를 걸어와 짧게 전화상담을 통해 전달한 정보들이 적힌 종이를 두고 내용을 직접 내게 확인하는 것으로 상담이 시작되었다. 첫 질문은 예상하긴 했지만, 상담을 신청하게 된 이유였다. 서류로도 내고, 전화상담에서도 했던 말을 다시 또 첫 상담 자리에서 말로 해보라는 것은 어쩌면 이 사람이 진짜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맞는지 제대로 검증해 보겠다는 것 같기도 했다. 같은 이야기를 서류, 전화접수에 이어 대면으로 또 하려니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어쩌랴, 상담을 받으려면 왜 받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건 필수적인 것이니 또, 또, 또;; 대답할 수밖에.
제가 상담 받으려는 이유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