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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이다 Aug 03. 2022

집에 갈 수 없는 사람

그림에세이(17)

밤이 오고 있다. 오늘 하루가 좋았든 나빴든, 아무려나 하늘은 고단했던 하루를 환상의 노을빛으로 마무리하며 저물어간다. 끝이 좋아야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늘도 온종일 찌푸렸다가 화려한 빛을 내뿜어놓고 까만 장막을 세상에다 펼쳐놓을 준비를 한다. 


어스름이 내리면 지상의 존재들은 제집으로 돌아간다. 밤에 먹이 사냥을 다니는 야행성 존재들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이들이 다리를 뻗고 마음을 내려놓아도 될 자기만의 휴식공간으로 향한다. 하지만 인간 중의 어떤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물론 그들에게도 나 몰라라, 하고 다 내팽개치고 귀가할 자유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배를 곯아야 한다. 그렇게 했다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 혹은 그녀에게 딸린 식솔까지도 허기를 견뎌야 한다. 그런 사태는 자신이 배고픈 것보다 더 참담한 마음의 허기를 안겨다 줄 것이므로, 그 혹은 그녀는 모두가 떠난 곳곳을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플래시 빛을 비춰본다. 혹여나 어디 이상이나 고장이 났을까 봐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침입했을까 봐, 아까 들여다봤던 곳인데도 또 보고 살핀다. 그들 또한 야행성 동물처럼 밤에 활동해야 밥 먹을 세상으로부터 권리를 얻을 수 있다. 


낮 동안의 활기와 소란이 지워진 공간을 홀로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그, 혹은 그녀는 자신의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를 듣는다. 외롭다는 기분, 고독하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가 아닌, 어떤 진동과 울림이 있어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는 아이러니에 괜스레 쓴웃음이 난다. 쿵쿵, 밤이면 더 크게 증폭되어 울리는 빈 복도 안의 자기 발걸음 소리는 쿵쿵, 자기 안에서 울리는 세상과의 마찰음과 갈수록 비슷하게 들려서 내일은 출근하기 전에 마트에 꼭 들려서 소리 나지 않는 실내화를 사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집에 갈 수 없는 사람>, 펜과 수채, 16절, 2022년 8월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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