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이다 Feb 17. 2022

먼 친구의 날

그림에세이(2)

SNS 친구는, 사실 친구가 아닌 지인이다. SNS 지인 관계를 다소 부풀려진 환상으로 친구라는 다정한 단어로 서로를 지칭하지만, 실은 대부분 우리는 온라인에서 서로의 지인 정도일 뿐이다. 바깥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확률이 더 높을 텐데 서로 친구라고 부르고 불리는 게 때론 퍽 민망하다. 


SNS에서 쌍방으로 팔로우/팔로잉으로 묶인 지인의 관계가, 진짜 친구 관계로 나아가려면 어떤 분기점을 지나야 하는 것 같다. 어떤 이와 무슨 관계인지 갈등이 있으면 알게 된다고, 갈등이 생길 때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상대와 나의 진짜 관계가 보인다고들 하는데... 친구 맺고 끊는 일이 잦은 SNS에서는 갈등이 있을 때 그런 리트머스 반응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온라인에서 오로지 문자와 이모티콘에 의지해 댓글을 주고받다 생기는 균열과 갈등과 오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불편한 마음에 한동안 상대의 포스팅에 반응하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유쾌하게, 혹은 다정하게 오가던 반응이 잠시 중지되더라도, 상대에게 무얼 오해했나? 그는 무슨 마음으로 그랬을까? 그런 숙고의 시간으로 내가 보지 못한 너머의 상황을 그려보려고 애쓰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오해를 이해로 바꾸려는 시간과 의지가 쌓이면 막연하고 애매한 관계의 SNS 지인이, 친구가 되는 길에 들어서는 게 아닐까 싶다. 오프라인에서 영영 볼 일이 없는 사이라도, 그렇게 상대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애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내 친구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의 친구였던 누군가가 나를 [먼친구]로 돌려놓은 걸 알게 됐다. 그동안 서로의 포스팅에 댓글과 좋아요 반응을 빠짐없이 해왔던 사이였는데, 하나의 농담댓글로 인한 지극히 사소한 오해가 있고 나서 상대는 곧바로 나를 먼친구로 돌려놓은 걸 보게 됐다. 그러니까 오해를 이해로 바꿀 시간이나 노력 같은 건 없이 관계의 정리가 단행된 모양이다. 아무리 SNS 관계라지만 이렇게 쉽게 사람을 덜어내나 싶어지며 어이없고 황망했지만, 나도 그 상황을 단번에 받아들이게 됐다. 아직 친구였던 적이 없으니 쉽게 갈 수도 있는 관계이기도 하겠지 싶었다. 


이제 그 사람의 담벼락에서 내가 볼 수 있는 건, 친구 공개가 아닌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체공개 게시물뿐인 것을 보며, 페이스북이 그와 나를 친구라고 적어놓을지라도 나는 친구라는 단어를 지인으로, 아니 옛 지인으로 고쳐 읽으며, 그 사람의 담벼락을 빠져나온다. 

이전 10화 촉각적 우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