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가 우리에게 주고 간 선물

그 무엇도 식물의 생기를 막을 수 없었네

by Who am I

작년 여름 즈음에 , 다이소를 우연히 들렀다가 상추와 방울토마토 씨앗을 샀다.

첫 계기는 아이가 학교에서 강낭콩을 가져와 심으면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받은 거라며 화분에 흙만 넣고 강낭콩을 하나 심었는데

생각보다 쑥쑥 자라 열매를 맺을 정도로 풍성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았고,

아이 둘은 강낭콩의 성장을 매일 아침

보면서 큰 아이는 '강남스타일'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매일 돌보았다

(생각해 보면 잭과 콩나무라는 옛날이야기도 완전히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키우기 전에는 그 이야기에 나오는 잭의 어머니처럼 콩 한 알 따위로 무슨 이득을 얻냐는 쪽이었지만, 이것은 결과론과 과정론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11살 초등학생인 우리 딸은 엄마의 무관심에 개의치 않고 매일

물을 주었고 자신의 콩이 세상에서 제일 건강하고 튼튼할 거라는 믿음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강낭콩은 베란다에서 파릇파릇 입을 달고 건강하게 자라났다.


원래 집에 있는 화분들이 선인장종류라 대체로 꽃을 피울 때를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조차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하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보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그렇게 딸의 강낭콩농사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어서 1개의 콩알에서 5개의 콩깍지를

얻어서 10개 정도 콩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그 콩깍지에서 얻은 콩을 반은 먹고 나머지 몇 개는 화분에 다시

심었다. 곁들어서 거기에 방울토마토와 상추까지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첫 수익에

신이 나서 부자가 될 것처럼 들뜬 어리석음이라니... ㅋ

20240719_173003_1.jpg 챗 GPT가 아니더라도 갤럭시에는 AI가 리터칭 과 유화효과까지 더 해주는 기능이 참 많다는..


그렇게 사온 씨앗을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용기를 화분으로 만들어 열심히 심었다. 하지만

두 번째 농사는 실패였다. 상추는 작은 새싹 정도의 크기 정도는 되었지만 제일 큰 것도 3센티 이상은 자라지 못했다. 그 3센티를 뽑아서 씻어서 한 입에 먹으니 끝. 욕심이 있으니 가만히 지켜볼

수도 없어, 안 큰다 싶을 때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했지만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계절도 문제였다. 작년 여름 날씨는 정말인지 엄청나게 더웠고, 모든 것을 말려 버릴 기세였다.

베란다에는 실외기의 더운 바람이 계속 나오는 형국이었다.

여름이 지난 다음에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연속이라 비가 왔고 습도가 엄청나게 높아지다가 그다음엔 건조함과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추위가 밀려왔다. 정말인지 계절은 막을 힘이 없었다. 더욱이 욕심껏 심어놓은 모종들이 너무 많아서 인가. 작은 싹들은 좀 자라는 듯하다가 모두 시들어버렸다. 그렇게 나의 농사는 폭싹 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또 사람마음이 그렇듯, 죽은 화분을 금방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빈 계좌를 보듯 내 실패를 여지없이 인정하는 게 불편해서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모든 것이 망한 시기 가을 무렵 작은 싹이 하나 돋아났다. 나는 처음에 이 싹이 무슨 싹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무심함에도 주변의 모든 악조건을 이기고 싹은 계속해서 자라고

있었다. 나는 지난번처럼 애써서 키울 마음이 없어서 그냥 가끔 물이나 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이 작은 싹이 그 춥고 긴 겨울을 이겨낼 줄은. 겨울이 다가오자 그래도

웬만큼 자라난 이 식물이 추워하는 것을 볼 수 없어 나는 베란다에서 따뜻한 거실 쪽에 들여와 햇빛을 보게 해 주었다. 식물은 다행히 거실에서 쑥쑥 자랐고 결국 웬만큼 이파리를 달고 나서야 이 식물의 정체가 방울토마토 임이 밝혀졌다. 참 늦게도 알게 된 셈이다. 봄에 심었더라면 한 계절 안에 다 컸을 이 토마토는 무려 지난가을과 겨울 그리고 올해 봄까지 화분에서 버텼던 것이다. 계절의 시련을 이겨낸 토마토의 그 생명력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결국 봄이 찾아와 노란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났다. 노란 꽃들이 여기저기 달리기 시작하고 아주 작은 열매들이 가지마다 열리기 시작했다. 6개 정도 되는 작고 소중한 토마토들이 동글동글한 초록색을 뽐내며 서서히 성장해 갔다. 그렇게 처음 맺었던

열매는 알사탕 만한 크기에서 더 이상 크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지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가 아는 그 빨간 방울토마토가 되었다. 무려 6개월이나 키운 이 알사탕 만한 토마토를 아까워서 딸 수 있을까? 아이는 한동안 지켜보자고 했다. 다른 열매가 다 익을 때까지 두어보자고, 하지만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토마토는 놀랍게도 아이의 손이 스치자 손바닥으로 톡 하고 떨어졌다. 아이는 별로 딸 생각이 없었는데 저절로 손안에 토마토가 떨어졌다며 신기해했다. 아이 둘은 그렇게 얻은 토마토 한 알을 만져보고 사진 찍느라 바빴다.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것이 토마토이지만, 심지어 매일

아침 밥상에서도 만나는 게 토마토이지만, 이 작은 토마토는 직접 키웠다는 점 때문에 정말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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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나는 식탁 위에 두었던 작은 토마토를 물에 씻어 큰 아이 입에 쏙 넣어주었다.

"무슨 맛이야?"

아이는 아주 달콤한 사탕처럼 입안에 사르르 녹는 맛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나는 알았다. 그것이 결국 토마토의 맛이더라도, 긴 기다림과 노력의 맛이라는 것을. 그 성취의 맛은

얼마나 달콤한 가. 그게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열매를 다 맺은 토마토는 서서히 시들어간다. 그렇게 긴 계절을 참아왔는데 자식 같은 열매를 다

키우고 나니 마치 나이 든 부모의 모습처럼 그렇게 한 잎 두 잎 자신의 생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비료를 사다가 뿌려 주지만 별 변화가 없었다. 그 사이 남은 열매들은 알사탕처럼 토실토실 커간다. 토마토 줄기는 어쩌면 이번 생의 목적을 달성하고 자기 스스로를 정리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이 작은 열매들이 새로운 땅에서 다시 예쁘게 자라나기를 바라며 모든 영양분을 열매에게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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