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말한다는 건

-때로는 말보다 나은 ..-

by Who am I

우연히 밤에 나갔다가 길고양이와 마주친 적이 있다. 보통 고양이와 마주칠 때 고양이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고양이가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쳐다보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아직 어려서 그랬던 걸까. 낯을 가리는 고양이라니. 고양이스럽지는 않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고양이였다.

시노와 쿠우

또 다른 기억중 하나는 과거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주인집에서 만난 개였다. 무려 개만 3마리이고 고양이만 몇 마리인가 동물을 많이 키우는 집이었다. 히스패닉인 아주머니는 좀 계획이 왔다 갔다 하는 스타일이셨는데 귀국할 즈음이 되자 공항에 나를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을 갑자기 깨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날따라 우울해져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레트리버가 다가오더니 내 무릎에 머리를 얹고 그윽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슬퍼하지 마 이렇게 말하듯이. 위의 고양이가 고양이스럽지 않은 고양이인 것처럼. 이 큰 레트리버도 짖기보다는 느릿느릿 오가다가 친한 사람이 오면 슬며시 다가가서 교감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개와 고양이의 캐릭터를 비교해 보는 일은 재밌다. 고양이는 나를 지켜볼 때 나를 관찰한다는 느낌이 든다. 작은 움직임도 없이. 하지만 개는 나에게 어떤 행동의 반응을 요구한다. 예뻐해 달라던가 혹은 경계하니까 저리 가라는 식이다. 같은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시각이나 공간에 대한 감각 또는 움직임에 민감하다. 개는 후각과 청각에 더 예민한 것 같다. 고양이가 단독적이라면 개는 집단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나의 생각) 같은 세계이지만 다른 식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두 동물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듯하다. 길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은 봤지만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사람은 본 적이 거의 없다. 고양이를 가슴에 안고 편의점에 들어가거나 카페에서 캐리어에 넣고 차를 마시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마트에서 언젠가 캐리어에 개를 둔 채 장을 보러 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강아지 두 마리는 주인이 올 때까지 카트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고양이였다면 과연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었을지.. 개와 고양이 둘 중에 누가 더 길을 잘 찾을까? 사실 동물 입장에서는 특징이라고는 없는 아파트 대문을 보고 집을 기억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주택에 살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다른 모습이니 기억할 거리가 꽤 있었다. 가끔 나가고 들어갈 구멍도.


아주 오래전에 내가 어릴 때 주택에 살던 시절 , 엄마가 처음으로 강아지를 얻어왔다. 우리가 사는 구역과는 떨어진 동네였는데 강아지를 떼어놓기 위해 엄마 개의 눈을 가렸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어느 날 밤에 강아지가 없어졌다. 그 이유인 즉 한밤중 어미개가 우리 집 대문 틈새로 강아지를 빼내어서 등가죽을 물고 원래 살던 집 근처까지 간 것. 강아지는 다음날 주인집 근처에서 발견되었는데. 아마 어미개가 지쳐서 더 이상 못 물고 간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그 집은 꽤 거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찾아왔는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때 그 개는 우리가 못 듣는 것을 듣고 못 맡은 것을 맡았는지도 모른다. 그후로 우리는 더이상 개를 키울수 없었다



<시노와 쿠우>를 읽었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강아지와 간호하는 고양이의 이야기다. 시노는 나이가 많은 암컷 개고 쿠우는 어린 수컷 길고양이 출신이다. 둘 다 길거리 출신으로, 어쩌다 정이 들은 이 개와 고양이는 친구사이가 되었다. 시노가 아파서 몸을 못 가누자 쿠우는 자기 몸으로 지탱해준다. 그리고 시노 옆에서 가끔 밥을 얻어먹는다. 시노가 죽고 쿠우는 꽤 오랫동안 그리워했다. 그리고 고양이들의 세계로 돌아갔다.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태도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담요를 덮는 것 같은 느낌의 책. 표지에서 서로의 몸으로 이불이 되어주고 베게가 되어주는 개와 고양이. 인상적인 사진으로 가득한 이 책이 오늘을 밝혀준다.

속표지가 이런줄 몰랐어 일년동안


<시노와 쿠우>

지은이 하루

펴낸이 정광성

펴낸곳 알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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