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재능
엄마는 탁월한 인맥 관리자였다. 어느 동네를 가나 어디를 가나 주변에 이웃을 많이 만들었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사람 이름 외우기에 재능이 있었다 했다. 엄마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다. 엄마는 비싼 선물을 주지 않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잘 듣는 능력자였다. 주변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엄마를 좋아했다. 엄마의 달력에는 지인들 스케줄이 빡빡하게 있었다.
이런 엄마가 친구 관리 비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엄마는 자신 스스로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고 자평했다. 엄마의 말대로 그건 확실히 본인의 강점을 잘 아는 재능이었다. 사람들은 편한 마음으로 집에 놀러 와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잘라야 할 때 빼고는 대체로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다. 단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너무 감사해했다. 엄마는 언제 어디를 가나 항상 표정관리를 잘했다. 하지만 그게 겉과 속이 달랐다는 말과는 다르다. 웃는 얼굴이 본인에게 가장 보편적인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엄마는
쌍꺼풀도 없는 눈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평범한 얼굴인데, 그걸 제일 잘 활용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나는 엄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친구를 만들고 친구를 옆에 두는 것도 재능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확실하게 특징을 가진 차별화되는 재능의 한 가지다.
1. 상대방에게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2. 언제 어디서나 보편성의 기준으로 상대방에 친밀함을 불러일으킨다.
3. 나보다 상대방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
4. 일단 자주 연락하고 안부를 물어본다.
5.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이면 가장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준다. 상대방에 대해 잘 기억한다.
6. 그렇다고 돈을 빌려줄 정도로 지나치게 친해지는 건 아님
7. 의견을 제시할 때는 그냥 본인이 아는 정도만 제시
8. 친구에게는 오늘이 아니면 또 내일이 있다. 자주 여러 번 부담 없이 얼굴 보는 것을 늘린다.
친구는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상당히 훌륭하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친구같이 편한 수필을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읽고 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는 그런 글. 오래가고 부담이 없는 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
역시 부드럽고 일상적인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닐까. 나에게는 브런치가 그런 공간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