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아빠의 성장 방정식

나대로 살아가도 괜찮다

by Davca

나는 애초에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부지런에도 영역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찍 일어나고, 내가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 예를 들어 명상, 일기 쓰기, 독서, 운동 등은 거의 유사한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잘 수행한다. 늦게 자도 제때 일어나는 걸 보면 답 없는 게으름 같지는 않다. 거의 다들 비슷하지 싶긴 한데,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대해서는 계획적이고 집요하고 어떻게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한 높은 집중도를 유지하지만 타인에 의해 설정되는 목표에 대해서는 한없이 게을렀던 것 같다. 뉘앙스가 좀 그렇긴 한데 게으름 보단 소극적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나의 영역 밖의 일에 대한 게으름은 때론 이기적으로 보인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 것이기에. 내가 생각하는 나의 기준에 근거한 일과대로 생활하고 주변의 이벤트에 큰 비중을 두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내 일정을 치고 들어오는 개별모임의 제안을 받았을 때 잘 거절하지 못하기도 한다. 보통 그럴 땐 모임 후에 후회를 하거나 진행되는 와중에도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을 숨기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예정된 약속이 아닌 즉흥적인 약속은 정말 가까운 이들을 제외하곤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이런 나의 성향도 장점이 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하다는 점인데, 한번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게 되면 쉽게 몰입한다. 무섭게 일상화시키며 이를 통한 긍정적 변화를 빠르게 경험한다.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추구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물론 이 모든 전제는 '주도적으로' 설정한 스스로의 목표여야 한다는 점이다. 게으른 아빠는 그렇기에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하고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나라는 존재의 가슴을 열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 하나를 발견하거나 이번 달에 꼭 해보고 싶은 하나(이것이 더 중요하다. 현재의 내 관심사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어준다)를 시도해 보고 30일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영역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확장은 어렵지 않다. 초기 단계에서 투입의 시간과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면 된다.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진심으로 내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대한 기록은 과시의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초기부터 받게 된다면, 그것도 내 고민의 과정과 생각의 진보의 프로토콜을 알지 못하는 완벽한 타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일어날 수 있고 내가 진행하는 미션의 진행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오직 스스로에 게 에너지를 수렴하고 회고 또한 스스로 하도록 한다. 어제의 나보다 1만큼 나아지기 위한 노력, 분명히 개선해야 할 한 가지를 새로운 수행의 영역에 포함시켜 나가면 된다. 피드백의 대상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대상을 섣부르게 선택하거나 확장하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내 관심밖의 영역에서 난 게으르다. 이 공간에서는 부지런해질 마음의 잉여가 발생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 모두가 빠른 성공과 성장을 이야기할 때, 공식처럼 성공의 방정식을 읊어댈 때, 난 오늘도 나만의 느린 걸음으로 우주에서 가장 독창적인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써가는 중이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게으른 아빠 중 한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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