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해서 얻게 된 삶에 대하여

나로 살았던 한 해를 축복하며

by Davca

2016년 5월, 나는 첫 직장이었던 은행을 그만두었다.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결정한 것은 이직을 위한 것은 아니었고 당시 좀 더 나답게 살고 싶다는 순수하고도 어린 마음이 컸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당시 6개월 된 딸아이 그리고 육아휴직 중이던 아내 그리고 나, 세상에 덜렁 이렇게만 남겨졌다는 두려움이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한동안은 이럴 거면 왜 나왔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후회하기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고 나에게는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과 실행만이 필요했다. 그것이 내게 의미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래도 서른 중반,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같이 라면가게를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몇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여 개인사업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사실 퇴사 전 이런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한들 나의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이 또한 내가 감당하고 이겨내며 삶에 대한 메시지들을 발견해 내야 하는 책무로 받아들였다. 이게 벌써 십 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나는 그토록 안정적이고 높은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던 은행에서 나와 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한 번쯤 퇴사 십 년 후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본 적도 있었다. 사실 그 상세한 기억까지 남아있진 않지만 내가 생각한 수준 이상의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지나 온 과정이 모두 성공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어려운 순간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난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했다. 그리고 2025년 올해, 누군가의 삶의 목표를 이뤄주는 데에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고 가능한 오래 나의 것에 대해서만 집중해 보자 결정했다. 앞으로 다가올 내가 기대하는 많은 것들만을 마음에 품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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