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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 Mar 29. 2021

어슬렁거리는 유치원생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읽고

이슬아 작가님의 그림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 이 페이지엔 7살의 내가 없다.



나는 5. 어슬렁 내지는 떠돌이 영역 : 1번부터 4번 영역까지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애였다. 남는 자리 비집고 들어가서 놀기보다는 그냥 걔네들을 관찰하는 게 더 재밌었던 애. 1~3 영역의 친구들에 대해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재수없지만... 친구들이 그냥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볼풀에서 노는 친구들 보면서는, ‘허우적거리기만 해도 재밌나?’ 블록 쌓는 친구들 보면서는, ‘저거 애기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 인형 놀이나 역할 놀이하는 친구들 보면서는, ‘진짜 세일러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저게 재밌나?’ 그렇게 건방진 생각을 하며 친구들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4번 책영역에 대해서는 “=아무도 없었다.” 라고 되어있는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앉아있던 애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이슬아 작가님 같은 친구가 혼자 앉아있었겠지.




일이삼번 영역에서 노는 친구들을 보며 코웃음치던 7살 유치원생은 자라서 걔네들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지금은 볼풀 영역에서 허우적거리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는 죽었다깨어나도 모를 재미를 왠지 걔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더 부러운 건 3번. 20년도 더 지나서야 엄마놀이, 병원놀이, 동물원놀이를 즐겁게 그리고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이럴 줄 알았음 나도 세일러문 하고 싶다고 열심히 어필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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