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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 Mar 29. 2021

빵생빵사

나의 빵대기

내 위장엔 늘 빵이 있다. 그 정도로 좋아하고 자주 먹는다. 오늘 점심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빵집을 발견한 참새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홀라당 빵집에 입장했다. 언제부턴가 꼭 빵을 사지 않더라도 구경이라도 해야 그 구간을 홀가분하게 지날 수 있게 되었다. 부르마블 게임에서 통행료를 안 내면 게임 진행이 안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무슨 빵을 파는지가 왜 그렇게도 궁금한지, 유독 빵에 대해서만큼은 세 살 먹은 아기에게나 있을 법한 호기심이 내게도 있다. 빵을 사랑해온 유구한 역사가 있다.




2010~ 고등학교때 빵먹는 낙으로 살았다. 이른 아침부터 밤 10시 넘어서까지 학교에 묶여 있는 게 매일매일 괴로웠다. 그 지옥같은 스케줄에 친구들은 얼추 적응한 것 같아 보였는데 나는 몸도 마음도 다 적응이 안됐다. 심지어 토요일도 격주마다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에 내가 축 늘어져있을 수 있는 날은 일요일이 유일했다. 엄마아빠는 일요일만 바라보며 사는 딸을 위해 빵을 사오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몇 개 안되던 빵이 점차 한아름이 되었다. 그렇게 일요일마다 빵으로 디톡스를 했다. 덕분에 고3때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지만, 내 수험생활은 빵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2013~ 대학에 입학하면 빵을 조금 덜 좋아할 줄 알았다. 빵 말고도 맛있고 재밌는 게 많으니까 빵이랑 자연스레 멀어지겠거니 했는데, 하필 대학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있어버렸다. 그 빵집 말고도 내가 모르는 빵맛집이 주변에 있을까하여 빵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어와 연관검색어를 열심히 누르다가 급기야 네이버 빵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빵카페로는 최고 많은 회원수를 보유한 카페였다. 매일 새롭게 업로드 되는 빵집 소식을 받아보며 나는 어느새 어느 지역에 어떤 빵집이 있는지, 어떤 대표메뉴가 있는지 정도는 외울 수 있게 되었다.



2017~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 식빵이다.



이번 생은 빵으로 가득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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