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엘의 크루에세이 07] 뭘 했을 때 가장 '잘 쉬었다'라고 느끼나요
최근에 정말 친한 친구가 바디 프로필 촬영을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평소에 운동과는 거리가 먼 친구였기 때문에 그 이유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남자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행복해서 여유가 되는 시간은 모두 그렇게 함께 보내왔다고 했다. 하지만 문득 이 관계가 불안정해졌을 때를 떠올려봤는데 남자 친구 없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해져서 고민을 시작했고 그 결과 시간을 온전히 혼자서 채워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바디 프로필 촬영이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나는 친구의 문제 인식부터 솔루션을 내린 과정까지 진심이 담긴 응원을 보냈다.
그 친구의 고민이 예전에 내가 했던 고민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나 역시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행복했던 사람이 있었기에 틈만 날 때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그 관계가 정리되자 쉬는 시간의 활용도에 대한 고민으로 잠깐 방황했었다.
연인 간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모든 게 재밌어 보이고 광대뼈가 아플 정도로 실컷 웃고 온다. 하지만 학창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누군가는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는 중이기도, 시험을 준비 중이기도 그리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기에 365일 24시간 붙어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그렇게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시간을 보내다가 들어오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기다림에 문득 공허해질 때도 있었다.
이렇듯 연인 관계, 친구 관계 모두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 그동안 관계 속에서 휴식을 찾아왔던 나인데 반대로 생각해봤을 때 혼자서는 휴식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나의 연인, 친구들이 충전기였고 나는 그들 없이는 방전되어 가는 본체였다.
이를 자각하고 최근 1년간 부지런히 내 시간을 온전히 혼자서 채워내 보는 연습을 했다. 말 그대로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노력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있겠지 하면서 미뤄뒀던 일인데,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정말 의도적으로 내가 마음을 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의 시간을 남에게 아낌없이 주는 건 자연스럽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나의 시간을 줄 때는 참 야박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서 항상 내 삶의 방향을 진단해본다.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지 천천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한 번 열심히 살아봐야지 하는 의욕이 솟구친다.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를 죽어도 하기 싫지만 막상 밤샘 공부를 하고 공부한 내용을 시험지에 쏟아부은 후에 강의실을 나오는 그 희열이 엄청나지 않나.
나의 휴식시간이 딱 그렇다. 전체적인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은 미뤄두고 미뤄두고 미뤄두는 것들이지만 나만의 시간을 이용해 그 고민을 하나하나 마주해보면 그렇게 속이 개운해질 수가 없다. 요즘은 그렇게 내가 잘 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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