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첫 만남

맥스웰 몰츠의 성공체험; 자아를 깨워라

by 박 찬

아내와의 첫 만남

차속에서 남의 연애사를 이야기했으니 나의 연애사를 그냥 덮고 갈 수가 없겠다. 나는 내 아내 될 사람을 우연한 기회에 소개로 만났다. 나의 아내는 사람은 중고등시절 전교 1등만 하던 여자이다. 아는 봐론 어느 날 1등인 줄 알았는데 3등으로 호명되었을 때 상장조차 받으러 안 나갔다 하니 콧대가 장난이 아닌 여자였다. 그런데 더 나아가 아내 될 이 여자는 모든 철학책을 이미 중학교 때 섭렵했다고 하는데 난 그때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네 만화방 집 만화를 섭렵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중학교땐 다른 동네 만화방까지 모조리 섭렵했다. 섭렵은 섭렵인데 섭렵한 나와바리가 달랐다. 한마디로 내 스토린 김두한이가 종로통에서 최고의 처자를 얻었다던 스토리와 흡사했다. 만화를 좋아했던 지극히 정상적인 나에 비해서 중학교 때 원서를 줄 줄 읽어대는 비정상적인 그 희귀성이 나에겐 매력이었다. 이렇게 분명 태어난 생태계가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재정적인 면까지도 달랐다. 나는 부모도 일찍 돌아가시고 돈도 없이 형집에서 얹혀살고 있는 완벽한 흑수저인 반면에 그녀의 아버진 기업을 몇 개 하고 있었고 그래도 1960년대에 미국으로 수출하던 기업 회장님의 따님이었으니 그 누구도 감히 쉽사리 접근치 못할 정도인데 그러나 하늘을 우습게 날아다니는 무협지로 통달한 나에게 이 정돈 하찮은 일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 동네의 골목대장으로 유명세를 날렸고 중고등학교에서 일진으로 이 학교 저 학교에서 더 이름이 더 날리고 있을 때 아내 될 여잔 꼼짝 않고 공부 하나만으로 학교내의 이름을 날렸다. 나는 그녀와 같이 다니던 최고 대학을 다니던 후배들이 많았다. 가끔 그놈들이 모이 다는 곳을 가보았는데 이놈들 남자들이면서 이 여자 앞에서 쩔쩔 맺었다. 남자 놈들은 이 여자의 입에서 '짜라투스'라도 나올 때면 벌써 준혹이 들어 있은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영등포에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때 이 여자를 데리고 오던 후배 놈이 생각이 난다.

“여기”

“응”

“가볼게쓰”

“안 써 가”

손을 덜덜 떨면서 이 여자를 나에게 데려다주고 했었다. 학교 다닐 땐 공부라도 잘해서 좀 봐줄 수 있었던 후배 놈도 이 여자 옆에선 사내 몰골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 여잔 자기 혼자와도 되는데 꼭 남자 똘마니들이랑 같이 나타나곤 했다. 이놈들이 좋은 대학과 최우수 대학원을 다녔어도 애들이 모여서 술을 먹으면 아마 술값은 회장님 딸이 냈던 모양이었다. 공부만 잘하면 무슨 소용이 있었겠나? 말발에서 정신력이, 또 설상가상으로 술자리에선 경제력이 이미 패배자의 입장이었으니 이해가 갈 만도 했다. 나 같으면 절대 이런 판에 끼지 않았을 터인데 그들은 뭐가 그리 좋았던지? 이렇게 저렇게 캠퍼스 안팎을 쥐떼들 몰려다니듯이 낄낄거리면서 뭉쳐 다녔다. 이런 모든 게 나에게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아내를 중매한 사람도 아내 될 사람과 같이 화실 나가던 여자였다. 이 여잔 갑부집의 딸이었는데 이 소개팅을 주선했다. 가끔 화실을 나가곤 했었는데 이 여자가 날 눈에 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자기가 담당키 어렵게 생각되었던지 수준이 맞을 거라 생각된 여자를 뜨끔 없이 소개해 댔다. 그때 소개받은 여자가 아내였다. 꼭 시원치 않던 여자들은 꼭 자기 먹을 밥을 나에게 던져 주는 버릇이 있었다. 나에게 이것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으나 어찌 되었던 이런 연유로 어느 이층 경양식 카페에서 새 처자를 만나기로 했다.

첨 만남은 2000K 조명 바로 밑에서 만났다. 이 만남은 조명 밑에선 환상의 조합이었다. 불빛 아래선 누구든지 선남선녀가 될 수밖에 없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고교 시절에 화실을 일진 주둔지로 삼았던 사람이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옮는다고 나는 그 시절부터 화실 학생들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모델이 되어주면서 조명빨이 얼마나 얼굴을 다르게 만드는지?를 완벽하게 습득한 사람이었다. 나는 30도 각도만 맞추면 내 프로필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 당시 제일 좋아하던 화가가 렘브란트(Rembrandts)였다. 그를 좋아하게 된 동기가 다른데 있지 않았다. 단 그가 나처럼 흑수저였기 때문이었다. 그림물감이 엄청 비쌌던 그땐 쓰다가 남은 안료를 싸게 구입해서 마구 섞어 검은색을 만들었다는데, 무려 그 수가 140여 개의 검은색을 만들어서 화폭의 빈 공간을 마구 채웠다는 한 구절에 난 이미 그의 팬이 된 사람이다. 그 이후엔 나는 물론 사진이지만 렘브란트그림만 꾸준히 수집했었다. 완전히 내 체질이었다. 수집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빛과 음영을 기가 막히게 사용하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잘 만날 때 이 키아로스쿠로기법을 사용했었는데 아내 될 사람을 만날 때도 완벽하게 구현했다. 나는 이 조명과 1미터 떨어진 나의 얼굴은 렘브란트가 그려낸 난, 장동건이었다. 그것도 조명발 받은 완벽한 프로필의 남자이었다. 그리고 커피솦에 나오는 음악소리에 약간 낮게 터져 나오고 분위기 좀 잡힐 때 딱 한마디 던졌다.

“아침에 먹는 밥숟가락과 점심에 먹는 밥숟가락은 다르다”

이건 건달들이 모이면 하는 이야기가

“야 ~ 밥무어러 가자”

에 숟가락이란 소재만 하나 더 얹어 놓았더니, 졸지에 장돈건이 처럼보였는데 삶의 진리까지 찾고 있는 쇼팬하우어의 지력도 있음에 놀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린지? 진진하게 철학적으로만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에겐 나의 아내가 되려고 발 버둥치는 순진한 처녀의 키위드일 뿐이었다. 왜냐하면 처음 보는 날에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지 감히 물어보질 못했으니, 다음 만날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이 수수께끼를 스스로 혼자서 풀어야 했었으니까 다음 만날 그때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생각만 했단 이야기다. 아내가 될 이 여자에겐 나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프로필 하나 하나가 가장 멋진 사내중에 사내로 그려가지 시작했다. 그러니 장동건에서 알랭드롱(Alan Delon)으로, 다시 알랑드롱에서 크리스 헴스위스( Chris Hemsworth)로 쉬지 않고 대체하면서 세상에서 최고 잘난 그러면서도 철학적인 한 사내를 머릿속에 그려대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녀는 세상에서 최고 미남의 뇌섹남 앞에 감히 같이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황홀경이었다. 이 여자는 완전히 콩까풀이 씌어서 자신의 잘남을 헌신짝처럼 벗어 버리고 이 남자와 같이 해야 한다는 본능만이 발동했다. 그러니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었고 다음엔 만나는 장소가 어디든지 따라 나와야 했다.

그래서 만나는 장소를 롤로코오스트로 했다. 몰츠박사의 시냅스 이론은 상상할 때와 체험할 때가 동일한 스냅스가 생긴다 했다. 그렇다면 여자가 길거리 깡패를 만나서 가슴이 콩 콩거리며 뛰는 것이나 롤로코오스트 위에서 콩 콩거리며 뛰는 것이나 뇌에선 동일하게 작동해야 한다. 이 몰츠박사의 이론이 맞는다면 아내 될 사람에게 롤로코오스트에 놀라고 있는 처녀 옆에서 다독거리고 있었던 나는 이미 롤로코오스트란 공룡으로부터 목숨을 구해준 구세주와 동일해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콧대 높다는 여자가 뻑! 스스로 자빠졌다. 그러니 그 이후부터 난 키 2미터에 체중은 150킬로 넘는 아널드 슈워제네거였다. 몰츠박사의 이론이 정확히 들어맞고 있었다. 나 라면 조건 없이 오케이였다. 그러니 이제부턴 그때까지 뭇남자들을 까보던 철학이나 재력도 모두 버려야 했다. 얼마나 콩까풀이 쓰였야 하면 내가 만나던 중간에 시건방진 듯이 보여서 중매했던 여자에게 그만 만나야 하겠다고 말을 비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어찌 그 말이 그녀의 귀에 들어갔던 모양이었다. 내가 화실에 갔다는 말을 듣고 어느 날 불이났게 화실에 나타났다. 이유는 '자기가 세상에 태어나서 퇴짜를 맞은 적이 없다'는 사실과 '자기가 뭐가 모자라서 그만 만나는지 알려줘야 할 것이 아니냐?'라고 따지러 온 것이었다. 나이가 꽉 차서 만났지만 정신연령은 철학원서를 읽었다던 13살 이후부터 사회적 성장이 멈춘 순진한 계집애였다. 들어오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서 뭐라고 재잘거리는데, 무슨 새가 지져대고 있는 줄 알았다. 옷은 브랜드로 잘 차려입고 있는 완전 알록달록한 앵무새 한 마리가 내 문 앞에 서서 계속 지져 기고 있었다. 그래서 확 끌어안고 따지고 있던 조그마한 주댕이에 키스를 했다. 그랬더니 이 여잔 눈을 감고 있던 커다란 눈망울을 치켜뜨고 나에게 초점을 맞출 땐 요술램프의 푸르색의 요정, "지니"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이후부터 그녀의 눈엔 난 요술램프의 "지니"였다. 그 나이에 찾아볼 수 없는 순진함 맘에 들었다. 그래서 다 큰 처녀 더 놀리지 말고 그냥 결혼하기로 맘먹었다. 그 후에 결혼까지 딱 채 1개월도 안 걸렸다. 결혼하자 키 3개가 굴러 들어왔다. 아파트 키, 자동차, 그리고 하나 더 보물함 키가 왔다. 그런데 내 머리 저기 뒤편에서 너무 쉬운 것 같아서 이상한 예감이 있었으나 그 직감을 무시했다. 너무 좋으니 당연히 따라오는 걱정이려니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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