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강의가 다른 강의를 불러온다
강의 실력이 출중하다면 따로 자신을 알리는 마케팅은 필요 없다. 강사 자신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홍보의 방법은 강의를 잘하는 것이다. 잘하면 입소문이 나게 되어있다. 기업이나 소속은 달라도 교육담당자는 그들만의 소통창구가 있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요행수로 홍보를 잘해서 강의를 했지만 강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부정적인 소문이 나서 강사 활동을 접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만족도 높은 강의를 할 수 있을까?
강의 전에는 교육담당자의 니즈(needs)를 잘 파악해야 한다. 연간 교육에서 이번 강의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자신의 강의 이전과 이후에는 어떤 강의가 배치되었는지, 그리고 금번 강의의 교육목적을 알아야 한다. 피교육생의 숫자와 평균연녕, 남녀 구성비, 근속연수, 학력이나 소속 부서별 하는 일도 알아야 한다.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그 회사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최근의 관련 뉴스의 확인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육 담담자와의 미팅도 이루어진다. 이런 경우는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겨야 한다. 그만큼 사전 정보를 정확히 입수해서 준비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C급 강사는 여기까지 모두 준비한다.
강의 PPT의 바탕화면의 색상과 글자체는 그 기업에 맞추어야 하고 복장도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입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삼성 계열사의 강의라면 파란색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특히 노트북이나 USB는 어떤 제조사의 제품을 쓸지 고려해야 한다. 삼성에 가서 LG 노트북을 꺼내면 안 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나이키를 신고 아디다스에 강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미세한 부분은 교육담당자보다는 그 회사의 임원급이 바로 지적할 수 있다. 괜히 임원이 되었겠는가? B급 강사도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다.
폭발적이 호응이 있었고 만족할 만한 강의였다고 해도 중요한 고비가 남아있다. 그 회사 대표님이나 임원이 차를 한 잔 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일단 강의에 만족했기에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이다. 더 큰 강의에 초대하기 위한 것일 수 도 있다. 그럼 여러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혹시 강사님의 강의 철학은 무인가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외우고 있는 시나 문장. 묘비명을 물어볼 수 있고, 인생 멘토나 롤모델이 누구인지, 책 5권만 추천해주고 추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다. 자신 있게 답변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충 넘기면 강사의 바닥이 드러나게 된다. 아무리 강의를 잘해도 다음부터는 불러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강사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답변을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강사다. 강의 잘하는 것은 테크닉이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비중 있고 중요한 강의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여기까지 준비해야 A급 강사다.
강의장에 최고위직이 누구이고 좌석 위치가 어디인지도 사전에 파악해 두어야 한다. 아이컨택의 비중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회사 대표의 도서도 읽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강연 내용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S급 강사다.
강의가 끝나면 교육담당자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강의 평점과 한 줄 강의평이 있다면 모두 참작해서 다음 강의에 임해야 한다. 피교육생과 교육담당자, 회사 대표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전략적으로 공략 대상을 상정해야 하는 고민이 남는다. 대표 한 사람만 만족한 강의가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강의장에 최고위직이 누구이고 좌석 위치가 어디인지도 사전에 파악해 두어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회사 대표의 도서도 읽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강연을 조절할 수 있다면 S급 강사다.
피교육생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강의 평점 5점 만점에 평균 5점이 나오면 다른 강사도 그렇게 나온다. 그것은 하나의 패턴일 뿐이다. 간혹 정성평가에서 가혹한 멘트가 있다고 절망하면 안 된다.
다음은 어느 강연에서 열 분에게 받은 평가내용이다.
-주제에서 벗어난 개인의 경험에 관한 내용이 너무 많다
-자꾸 왔다 갔다 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지저분합니다.
-강연의 목적이 맞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최근의 추세와는 맞지 않은 주제로 판단됨
-별로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
-강연자의 자질이나 내용 전달 방법이 많이 부족하네요
-자기 PR이 강하다
-발음이 좋지 않다
강의와 강연의 차이를 모르는 것에 기인한 불만 상황으로 여겨진다. 강의와는 다르게 강연은 호불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어느 대기업 365명의 부장들이 참석했는데, 나머지 355명은 긍정적인 정성평가를 해주었다. 매우 성공적인 강연이었다. 하지만 절대 10명의 평가를 무시해서는 안되고 다음 강연에서는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한 번의 강연이 완성된 것이다. 이 한 번의 강연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참고로 그룹 총수의 신년사도 분석이 필요하다. 그 해의 슬로건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도전, 혁신, 내실 있는 성장, 안정 등등에 따라서 미리 콘텐츠를 준비하거나 먼저 강의 제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