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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final job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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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성 Nov 17. 2019

성공담만큼 필요한 실수담

인간적인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초보 직장인이나 초보 강사는 실수의 연속이다. 그러면서 베테랑으로 성장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성공담보다는 실수담에 귀를 기울인다. 아마도 인간미와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허점이 없거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인기가 없다. 

   

 강연 4개월 차인 2009년 10월 8일에 드디어 동양의 나폴리로 알려진 통영에서 1박 2일 강연이 확정되었다. 청명한 날씨에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내려갔다. 이는 강사만의 특권이자 매력이다.  강연 장소는 통영시의 영화관이었다. 객석은 빈자리 없이 청중들로 만원이었다.


 드디어 강연 시작. 동시에 갑자기 모든 실내조명은 소등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강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청중들은 다시 생활전선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영화관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교육담당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강사님,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끝내시면 어떻게 합니까?”

“네? 제가 경험이 없다 보니 시간 조절을 못했군요. 너무 어두워서 시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차질 없게 정확한 시간에 마치겠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통영 바닷가 관광을 포기하고 관계자가 잡아준 숙소에서 두문 분출하고 오늘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리허설을 반복하며 시간을 체크했다.     


다음 날 어김없이 태양은 떠오르고 강연 시작과 함께 영화관은 칠흑으로 변했다. 되도록 말의 속도를 줄이고 에피소드를 추가했다. 한결 강연이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어젯밤에 노력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교육담당자가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강사님, 강의시간 끝났어요. 이제 얼른 마치세요.”

“뭐라고요? 아직 채 반도 안 했는데, 그사이 90분이 흘렀나요?”


실제로 영화관은 캄캄했는데, 내 눈 앞도 캄캄했다. 나를 섭외한 교육담당자는 회사로 돌아가 상관으로부터 조인트를 맞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서 그런 풋내기 강사를 섭외했어?”


지방 강연을 마치면 담당자가 그 지역의 특산물을 선물해주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다. 강연 전에 통영 멸치를 우편을 통해서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그 멸치는 10년째, 집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

  

손목시계를 기계식에서 조명이 들어오는 디지털로 교체하고, 강연 끝나기 10분 전에 진동신호를 보내도록 조정을 했다. 그 이후로는 강연 시간을 황당하게 어긴 경우는 없었다.



여주교도소에 봉사 강연을 간 적이 있다. 남성 칠 백여 명과 여성 오십여 명의 재소자들이 한 강당에 모였다. 우람한 체격과 특수부대 군인 같은 무서운 표정의 CRPT(무술유단자로 재소자의 난동 및 싸움 등의 긴급사태에 투입되는 공무원)가 강연장 주변을 에워싸고 특히 여성 재소자와 남성 재소자 사이에는 더 촘촘하게 배치되었다. 하필 신종 플루가 발생되어 모든 재소자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1,500여 개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았다.


아뿔싸, 빔프로젝트가 고장 나서 파워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었다. 항상 슬라이드를 보면서 강연을 했기에 당황스러웠다. 교탁에 고정된 마이크로만 쉬는 시간도 없이 두 시간의 강연을 가까스로 마쳤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힘든 강연이었다.

   

 미래는 예기치 않게 종종 암초를 맞는다. 그것이 인생이고 강연 전후에도 발생한다. 나는 그 이후로 두 개의 버전으로 강연에 임한다. 파워포인트용과 오로지 마이크로만 하는 육성용. 덕분에 강연력이 향상되었다. 이후 강사 양성과정의 강사로도 활동을 했다. 성공담과 실수담을 반반 섞어서 얘기해준다. 성공담만으로 나열된 강의는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인생도 굴곡져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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